도시의 오피스텔은 양면의 공간이다. 그곳에는 사무와 거주가 기묘하게 공존한다. <어느날 갑자기-네번째 층>(이하 <네번째 층>)은 오피스텔이 가진 일과의 전후를 파고드는 괴담이다. 여섯살 먹은 딸 주희(김유정)와 함께 오피스텔 504호로 이사온 민영(김서형). 설계사무소에 일하는 민영이 출근하면 주희는 언제나 홀로 남겨진다. 현관문이 저절로 열리고,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민영은 밤마다 악몽을 꾸고 벽을 긁는 소리가 신경을 긁는다. 입주자가 절반도 되지 않는 이 오피스텔에는 수상한 공기가 흐른다. 아래층 남자 창수는 툭하면 시끄러울 일이 없는 민영의 집에 찾아와 조용히 하라고 으름짱을 놓는다. 실족사와 엘리베이터 오작동 사고로 주민들이 하나씩 죽어 나가지만 건물 관계자들은 사건을 은폐하기에 바쁘고 민영은 깊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윤종찬 감독의 <소름>, 안병기 감독의 <아파트>처럼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집단 거주 공간은 한국 공포영화의 주무대로 사용됐다. <네번째 층>은 주인공의 눈에만 언뜻언뜻 나타나는 네번째 층을 과거와 기억의 공간으로 설정하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오피스텔이라는 눈에 익은 구조의 공간과 일상사가 맞물리면서 <네번째 층>의 공포는 머리카락처럼 자라난다. 이사할 때 택일하는 미신, 아토피성 피부질환, 새집증후군, 오피스텔의 아래 위층에서 벌어지는 이웃 간의 소음 문제처럼 현실에서 자주 마주치는 문제를 통해 <네번째 층>의 플롯은 강화된다. 그리고 후반부의 숨겨진 이야기도 신문 사회면에서 우리가 매일 접하는 사건에 기반한다. ‘공포는 늘 손에 닿는 곳에 숨어 있다’라고 <네번째 층>은 말을 건넨다. <네번째 층>을 연출한 권일순 감독은 비슷한 모티브의 단편영화 <숨바꼭질>로 베니스영화 단편경쟁부문에 진출한 바 있다.
HD 연작 공포<어느날 갑자기-4주간의 공포>의 다른 영화들
2월29일-첫 번째 이야기
매표원 지연(박은혜)은 자신이 근무하는 톨게이트에서 벌어진 12년 전의 끔찍한 사고를 기억한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2월29일마다 근처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는 사실도 그녀를 괴롭힌다. 톨게이트를 찾아온 10년차의 박 형사(임호)는 해묵은 미스터리를 해결하고 지연을 구하려 한다. 피묻은 티켓을 내미는 의문의 차량, 지연을 맴도는 묘령의 여인 등이 그들을 위협하고 급기야 지연의 친한 친구 종숙이 살해당한다. <폰> <범죄의 재구성> 조감독 출신 정종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D-Day-세 번째 이야기
<D-Day>는 여학생 기숙학원에서 벌어지는 학원공포물이다. 칙칙한 기숙학원에서 한방을 쓰는 보람(이은성), 유진(유주희), 은수(김리나), 다영(허진용)은 자신들의 처지 만큼이나 생활에도 불만스럽다. 갑갑한 환경과 성격 차가 맞물려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유진이 처음 환영에 사로잡히고, 다른 아이들도 차례로 이상한 징후를 드러낸다. 단편 <망막> <허밍>으로 잘 알려진 김은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죽음의 숲-네 번째 이야기
외딴 숲으로 등산을 떠난 우진(이종혁), 정아(소이현)를 비롯한 다섯명의 일행은 마치 공포영화의 문법을 밟아나가듯 위험을 향해 걸어간다. 문득문득 미래가 보이는 탓에 초조한 정아는 숲에서 마주친 사냥꾼의 이야기를 듣고는 이러한 불안감의 배경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죽음의 숲>을 연출한 김정민 감독은 “좀비영화이자 신파 정서의 B급 오락영화”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