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오카 마사토의 <스카우트맨>은 도쿄라는 대도시의 배설물이 풍기는 악취에 관한 영화이다. 17살 동갑내기 연인인 마리(마쓰모토 미쿠)와 아츠시(나카이즈미 히데오)는 함께 가출해 도쿄로 온다.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찾던 아츠시는 거리를 지나가는 젊은 여성들에게 포르노그래피 잡지와 비디오의 배우나, 몸을 거래하는 업소를 알선해주는 ‘스카우트맨’의 직업을 갖게 되고, 마리는 거리를 지나가는 남성들에게 티켓(원조교제를 알선해주는 일)을 팔면서 자신의 삶을 이어간다. 풍겨오던 악취가 몸에 뱄을 때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수용하는 것만이 그들의 유일한 생존 방법인 것이다. <스카우트맨>은 아츠시와 마리가 익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스카우트를 하고 티켓을 파는 과정에서 대도시 도쿄의 변태적 배설물을 그야말로 ‘리얼’하게 제시한다. 이 영화를 연출한 이시오카 마사토는 일본 섹스 산업의 대표격인 AV(Adult Video) 감독 출신이었고, 그 시기에 직접 체험한 여러 에피소드들은 다큐멘터리적인 촬영과 어우러져 영화의 리얼리티를 좀더 강화해준다.
<스카우트맨>이 사실적 에피소드를 통해 다큐멘터리적 활력을 얻는 데 성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효과가 궁극적으로 어떠한 결과에 다다를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한계 역시 명확하다. 이시오카 마사토는 섹스 산업을 향한 창작자의 문제제기나 관객의 궁금증에는 포르노그래피적 욕망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때문에 그의 직접적 체험에서 발굴한 여러 에피소드들이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결국 일본의 섹스 산업을 엿보려는 관객의 포르노그래피적 욕망과 조우하게 됨으로써, 대도시의 화려한 삶 아래 들끓고 있는 추악한 욕망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던지려는 자신의 주제를 배신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목을 향해 되돌아오고, 영화는 자신이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의 외설성을 반복하는 모순에 빠지고 만다. 이는 물론 포르노그래피(또는 섹스 산업)를 성찰적으로 접근하려는 영화라면 마주쳐야 하는 딜레마이긴 하지만, <스카우트맨>은 가장 중요한 고민을 생략함으로써 자극적 소재의 외설성에 갇혀버린 소재주의 영화로 머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