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황금빛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클림트(존 말코비치)가 죽어가고 있다. 그의 죽음을 지켜보기 위해 제자이며 추종자인 실레(니콜라이 킨스키)가 병원을 찾아온다. 이후 실레는 클림트의 과거를 보여주는 안내자 구실을 한다. 생전 클림트의 그림은 화려한 아르누보 양식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지만, 동시에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비난받는다. 그는 고국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야유를 뒤로 한 채 프랑스 파리에 도착, 파리 만국박람회에 그림을 출품한다. 프랑스인 무용수 레아(새프런 버로즈)를 소개받는 장소도 바로 그곳이다. 클림트는 레아를 향한 열정과 죽음의 손길 사이를 오가며 환영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화가가 등장하는 영화
화가의 삶은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특히 화가들의 열정적인 사랑은 언제나 범인들을 사로잡아왔다. 그림 자체의 매력도 한몫했다. 스크린에 펼쳐진 명작은 어떤 특수효과 없이도 관객을 황홀하게 만들 수 있었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1660년대 네덜란드 델프트. 그리트(스칼렛 요한슨)는 화가 베르메르(콜린 퍼스)의 집에 하녀로 보내진다. 문제는 일개 하녀에 불과한 그리트가 베르메르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 영화 속 잔잔하고 투명한 화면은 베르메르 특유의 서정적인 그림체와 썩 잘 어울린다. ‘북구의 비너스’라 불리는 명작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가 그리트의 얼굴 위로 겹쳐지는 장면은 잠시 숨을 앗아갈 정도로 아름답다.
<물랑루즈>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물랭루주’의 가수 샤틴(니콜 키드먼)과 크리시티앙(이완 맥그리거)의 사랑을 그린 영화. 주인공들의 사랑은 픽션이지만, 이 영화에는 실존인물인 앉은뱅이 화가 로트레크(존 레기자모)이 등장한다. 로트레크는 실제로 ‘물랑루즈’을 자주 찾아 그곳 여자들을 스케치했다고 한다. 그의 그림에 라 굴뤼, 잔 아브릴 등 무희들의 모습을 많이 담긴 것은 이 때문이다.
<프리다> 프리다 칼로(셀마 헤이엑)는 어린 시절 전차가 버스와 부딪히는 사고로 크게 다친다. 두팔만 간신히 움직이는 고통 속에서도 그녀는 그림을 그린다. 몇년 뒤 멕시코 최고의 화가이자 바람둥이인 디에고(앨프리드 몰리나)를 찾아가 자신의 그림을 평가해달라고 부탁하는 프리다. 디에고가 당돌한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영화는 멕시코 특유의 색채가 돋보이는 프리다의 그림과 비극적이지만 뜨거웠던 그녀의 삶을 적절히 배합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