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위더스푼, 라이언 필립, 아이스 큐브, 드루 배리모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들의 공통점은? 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 젊은 스타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요소는 모두 자신이 설립한 영화사를 통해 제작자로서의 능력까지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중 가장 활동이 왕성한 드루 배리모어는 자신의 플라워필름을 통해 <미녀 삼총사> 등과 곧 개봉할 <라이딩 위드 카즈 위드 보이즈> 제작에 참여했고, 그녀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아이스 큐브는 자신의 회사 큐브비전과 함께 <넥스트 프라이데이> <벤자민에 관한 모든 것> 등을 만들었다. 또 리즈 위더스푼은 자신의 제작사 타이프A필름스를 통해 60년대 인기 TV시리즈 <허니 웨스트>를 영화화할 계획이며, 남편 라이언 필립 역시 루시드필름이라는 제작사를 차리고 작품을 준비중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또한 제작자로 변신할 계획을 꾸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라맥스의 <팝트> 제작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애시튼 쿠처나 파라마운트와 두 작품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줄리아 스타일스도 이들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대스타라 하더라도 그들은 수입이 많은 피고용인에 불과하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업을 통제하길 원한다. 그들이 제작자가 되려는 것은 자연스런 본능이라고 본다”는 뉴라인시네마의 제작부문 사장 토비 에머리히의 이야기로 미뤄본다면 젊은 스타의 제작자 변신은 더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엄한 곳에 돈을 펑펑 쏟아붓거나 스튜디오의 아부 속에서 영화를 제작해온 배우 겸 프로듀서 선배들과는 달리, 이들은 꽤 치밀한 계산 아래 신선하고 젊은 감각의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는 점에서 할리우드의 새로운 경향을 이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이들의 ‘신감각’은 단적으로 사무실 규모에서부터 드러난다. 서부 캘리포니아의 한 빌딩에 자리잡은 리즈 위더스푼의 타이프A필름스는 그녀와 동업자 데브라 시겔이 앉을 두개의 책상과 회색 벨벳의자 정도만 들여놓을 수 있는, 작지만 깔끔한 사무실을 사용한다. 맞은편에 있는 라이언 필립의 루시드필름 사무실엔 시나리오를 꽂아놓은 두개의 책꽂이와 닳아빠진 붉은색 의자만 놓여 있을 뿐이다.
스타성과 함께 새로운 감각을 갖춘 이들 제작자는 메이저 스튜디오로부터 갈수록 환영받는 분위기다. “아이스 큐브는 뉴라인에 많은 돈을 벌어다준다. 그가 만드는 모든 영화는 수익이 괜찮았고 좋은 감독도 찾아준다”는 에머리히 사장의 설명에서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뉴라인은 최근 아이스 큐브와 두 번째 장기계약을 맺었다). <버라이어티>는 이들의 비교우위는 우선 풍부한 연예계 활동을 통해 관객이 원하는 바와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잘 알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NWA라는 랩그룹의 일원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서른두살의 큐브는 인생의 절반 정도를 이 바닥에서 지냈고, 배리모어는 세살 때 연기자로 데뷔, 19살 때 플라워필름을 차렸다. 위더스푼과 필립은 영화사를 설립하기 전 각각 10년 이상의 세월을 할리우드에서 보냈다. 연예계 ‘짬밥’이 많다고 제작사로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리고 경험이 없으며 일 배우기를 갈망하고 있다고 말한다”는 라이언 필립의 말처럼 자신의 처지를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없다면 제작자로서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을 것이다.
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