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감춰야 살 수 있는 사내와 실종된 총을 찾아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사내가 있다. 두개의 조그만 총구가 반짝이는 은색 크롬이다. 예쁜 총과의 숨바꼭질이 질주하듯 펼쳐지는데 진짜 주인공은 갱스터도 총도 아니다. 거미줄처럼 둘러싼 (남성)가학의 세계에 구멍을 내기 위해 그 총을 훔친 꼬마다. <러닝 스케어드>는 얽히고설킨 타란티노식 피의 향연에 소년을 용감하게 끌어들여 여느 갱스터와 구별하려 한다.
조이(폴 워커)가 소속된 마피아가 거액의 마약을 거래하는 현장에 복면의 무장강도들이 들이닥친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를 닮은, 어이없고 살벌한 교전 상황이 벌어진다. 겁을 상실한 보스 토미의 배짱에 힘입어 강도들은 모조리 사살된다. 문제는 이 강도들이 양심을 상실한 경찰들이라는 점이다. 토미는 증거물인 은색 크롬을 없애라고 부하 조이에게 지시하고, 조이는 그 총을 집으로 가져와 숨긴다. 옆집 아이 올렉(카메론 브라이트)은 토미보다 더 겁이 없다. 그 총을 가져다 양아버지를 쏘고는 총과 함께 사라진다.
<갓센드>와 <나비효과>에서 보았던 카메론 브라이트의 눈빛은 피칠갑의 난투장면보다 더 서늘하다. 끔찍한 가학의 세계가 쉼없이 반사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가 총알을 먹인 양아버지는 러시아 마피아다. 존 웨인의 열렬한 추종자인 그는 올렉과 엄마를 일삼아 팬다. 폭력을 폭력으로 벗겨내려던 올렉의 뒤를 쫓는 건 조이만이 아니다. 총이 노출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조이의 마피아 패거리와 어떤 이유로 총격을 당했는지 알아내려는 러시아 마피아와 동료를 잃어버린 대가를 돈으로 챙겨내려는 경찰이 뒤엉킨다. 멈출 수 없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태를 우선 감당해야 하는 건 조이의 몫이지만, 활극의 하이라이트는 여기가 아니다. 올렉에게 닥쳐오는 어른들의 가학은 아주 세게 계속된다. 부랑자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마피아 못지않은 포주의 잔인한 칼날도 아동 포르노를 자기 집에서 찍는 친절한 백인 부부의 미소만큼 무섭지 않다. 조이는 진짜 존 웨인처럼 온몸을 날려 올렉을 구해내지만, 올렉을 악몽 속으로 그토록 깊숙이 밀어넣은 이 현대판 서부극의 취향에 소름이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