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구름>은 가난한 뮤지컬이다. 판타지를 꿈꾸던 뮤지컬은 낯선 대만 땅에서 초라한 분신을 만난다. 버스비 버클리식의 휘황찬란한 무대는커녕 매끈한 안무와 신나는 노래없이 차이밍량의 뮤지컬은 궁색한 인물이 처량한 노래를 부르는 공간을 마련한다. 그렇지만 아시아의 한 고집스러운 작가가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방식은 현실을 뒤엎는 힘에서 그 어떤 뮤지컬보다 강렬하다. <흔들리는 구름>은 목마른 남자의 포르노그래피다. 차이밍량의 남자가 매번 밤길을 헤매는 건 수박의 붉은 속살에 수많은 씨앗을 뿌려놓고도 해소하지 못한 욕망 때문이다. 그는 갈증에 시달린다. 그러나 <흔들리는 구름>은 차이밍량의 영화 중 드물게 물이 인색한 영화다. 그동안 물과 관계하던 차이밍량의 여자도 여기선 자기 물을 건사하기에 바쁠 뿐이어서 남자는 정말 구름을 흔들어 물을 구할 판이다. <흔들리는 구름>의 마지막 정사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밤>의 끝을 기억하게 한다.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예고된 정사와 그들의 여전한 고독. 거친 숨소리는 그들의 소외를 달래줄 멜로디를 제공하지 못한다. 자위장면을 포함한 일부 삭제, 만족스럽지 못한 화질, 싱크의 미세한 어긋남 등 전체적으로 단점이 많은 DVD인데, 부록 한편이 아쉬움을 달랜다. 차이밍량과 이강생이 홍콩의 영화제에서 관객과 나눈 대화(사진, 36분) 중 자기 영화를 알리기 위해 2001년 이후 관객을 직접 찾아나섰다는 감독의 말이 인상 깊다. 하루 만에 간판을 내렸다던 그의 영화가 어언 1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 그는 앉아서 불평만 하는 감독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