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안(대니 데 콕)과 다이애나(엘렌 반 데르 코흐) 부부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다른 한쌍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이번 주말, 다이애나 부모가 비운 별장에서 스와핑을 시도하려는 참이다. 부모가 여행 간 주말을 틈타 첫 경험을 모의하는 10대들처럼. 티모(욥 셀틴스)와 알렉스(닝크 브링크하이스) 부부가 도착하고 기념할 만한 주말은 무르익는다. 남편의 제안으로 게임에 가담한 다이애나는 머뭇거리지만, 경험 많은 알렉스는 유유자적하다. 율리안은 새 장난감을 받은 소년처럼 흥분하고 티모는 무덤덤한 척 군다. 알렉스가 대담함을 과시할수록 다이애나는 위축된다. 그러나 남자들이 술을 사러간 사이 알렉스에게 이끌려 풀장에 뛰어든 다이애나는, 자기를 억제하던 규범의 띠를 풀어버린다.
마침내 두쌍의 남녀는 침대에 오르지만 <스윙어스>에서 섹스는 절정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배우자와 다른 남자/여자가 육체적 접촉에서 비롯된 친밀감을 나누는 광경을 접한 남녀는 감춰둔 표정을 드러낸다. 무심한 듯 보였던 티모는 발작적으로 괴로워하고, 가장 겁내던 다이애나는 뜻밖의 해방감에 미소짓는다. 티모의 동요와 다이애나의 행복감은 자신만만하던 알렉스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녀는 다이애나가 없는 곳에서 율리안을 유혹해 평정을 회복하려 하지만, 율리안은 그 유희가 생각만큼 즐겁지 않음을 깨닫는다. 네 남녀는 모두 한번쯤 질투하고 한번쯤 소외된다. 감독은 그들의 심리적 권력관계 변화를 유심히 관찰한다.
<스윙어스>는 꽤 길고 노골적인 섹스 묘사를 포함하지만 쾌락 자체보다 그것을 맛볼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둘러싼 설왕설래와, 쾌락을 어떤 방식으로 지속할지에 관한 고심이 더 긴 영화다. 감독의 관심사는 이미 스와핑의 사회적 수용 여부가 아니라 스와핑의 효용성이다. 등장인물은 두쌍의 부부로 국한되고, 이들의 고립된 주말에 끼어드는 외부자는 전화 건너편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다이애나 어머니뿐이다. 친구끼리 만드는 소품으로 기획됐다가 배급사를 만나 장편으로 확장된 이 영화는 기술적으로 투박하다. 연기는 고루 자연스럽지만 그것을 부각시키려는 클로즈업은 남용됐다. 손님들이 떠나자 율리안과 다이애나는 조용히 테이블을 치우고 다정한 섹스를 나눈다. 이만하면 스와핑은 가치있는 모험 아니겠냐고 영화는 말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