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는 사람들>이란 애니메이션이 있다. 캐나다 출신의 거장 애니메이션 작가 프레데릭 벡의 작품으로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란 찬사를 받는 훌륭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가치는 우리 대여점에서도 그 빛을 발해 우리가 소장하고 있는 수많은 비디오 중 가장 품격 높은 비디오로 손꼽힌다. 만약 이 테이프를 분실한다면, 나는 그 고통에 며칠을 잠 못 들 것이다.
그 ‘고통’이란 우선 아끼던 것을 분실했을 때의 서운한 감정과 그 테이프를 직접 구하기 위해 장충동 어딘가에 있는 ‘성베네딕도 수도원’으로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뜻한다. ‘성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출시하는 영화들 중에는 좋은 영화들이 참 많다. 키에슬로프스키의 <십계 10부작>에서부터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영화들, 그리고 <하얀 꼬마곰 라스>라는 애니메이션까지…. 그러나 이 제작사의 치명적인 단점은 ‘유통’에 있다. 영업사원들이 대여점으로 직접 갖다주는 유통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직접 가서 사야 한다는 점이 대중적으로 유통되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아는 대여점주들만 해도 “안 갖다주는데 뭣 하러 사?” 할 정도이다. 나는 우리 고객들은 너무나 적극적이어서 “왜 안 사요? 언제 들여놔요?” 하는 통에 번거롭더라도 직접 가서 구입하는 편이다.
요즘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중국 수묵애니메이션 <피리부는 목동>과 프레데릭 벡의 또다른 작품 <위대한 강> 등을 출시한 ‘라바 필름’과 ‘성베네딕도 수도원’이 배급유통의 활로를 공동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좋은 영화를 출시하는 회사들이 대체적으로 영세하여 유통을 직접 하지 못하던 현실이었지만, 이런 회사들이 이 험한 시장에서 살아남길 바랄 뿐이다.이주현/ 비디오카페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