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계 미국인 조나선은 기억을 수집하는 사람이다. 그의 방 벽은 수집품으로 가득하다. 누군가의 사진 주변으로 그 사람과 관계된 물건들이 비닐백에 담겨 빼곡히 꽂혀 있다. 비행기표, 열쇠, 테이프, 주사기부터 돈, 틀니, 과자 부스러기, 팬티에 이르기까지, 이런 걸 왜 모으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그러면 그는 ‘잊을까봐 두려워서’라고 대답한다. 어느 날 할머니가 죽으며 남긴 할아버지의 사진을 바라보던 그는 사진 속 여자를 찾아 우크라이나에 가기로 한다. 거기서부터 그와 안내를 맡은 할아버지와 손자 그리고 개 한 마리의 로드무비로 바뀌는 <우크라이나로부터 온 편지>는 코미디와 드라마가 반씩 섞인 사랑스런 소품이다. 2차대전 당시 우크라이나에 거주한 유대인의 비극이 드라마의 축이라면 그 옆으로 훈훈한 인정과 시골의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경(사진)이 넉넉한 미덕을 발휘한다. 우크라이나에는 조나선처럼 기억의 상자를 안고 사는 할머니와 기억을 파묻고 살았던 할아버지가 있었다. 두 사람에게서 기억의 양면을 보게 만드는 <우크라이나…>는 잊혀진 유대인 이야기를 또 하나 건져낸다. 유대인의 집념에 매번 놀랄 뿐이다. 엘리야 우드의 사진이 예뻐서 DVD를 손에 든 사람은 이 낯선 영화를 연출한 사람이 악역배우로 익숙한 리에브 슈라이버라는 사실에 놀랄 게다. 그가 자신의 유대인 배경에 바친 헌사인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DVD의 영상과 소리는 ‘브라보’를 외칠 만하며, 부록으로는 영화에서 빠진 게 아쉬울 정도인 7개의 확장장면(19분)과 예고편이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