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락과 범죄가 밤을 지배하는 부산의 유흥가. 그곳에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로 살아가는 한명의 수사관과 범죄자가 있다. 이상도(류승범), 어린 시절 마약업자인 삼촌(김희라)의 심부름을 하다 자신도 그 길로 들어서고 만 인물. 그러나 스스로 벤처기업가라고 부를 만큼 영악하다. 도진광(황정민), 부산 강력계 마약 전담 형사. 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물불 안 가리고 범죄자를 뒤쫓는 불도우저 같은 형사. 그러나 몇 년 전 놓친 마약범 중책 장철(이도경)을 다시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마디로 이상도는 도진광의 수사 끄나풀이다. 도진광은 중국으로 도피했던 장철이 부산으로 다시 들어와 마약업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이상도를 이용하여 잡으려 든다. 한편, 이상도는 도진광의 협조 아래 자기 구역을 확보하여 일확천금을 노리고자 한다.
류승범과 황정민
<사생결단>은 류승범과 황정민의 연기가 눈에 띄는 드라마다. 이상도 역을 맡은 류승범은 야비하면서도 약삭빠른 범죄자 역을 한다. 화가 나면 나이 먹은 삼촌에게도 주먹질을 하고, 위험에 처하면 친구도 팔아먹는다. 도진광 역을 맡은 황정민은 범죄자를 잡겠다는 자기 목적을 위해서라면 절차도 무시할 만큼 과격한 수사관 역을 한다. 깡패보다 더한 형사다. 시종일관 욕하고, 싸우고, 격투하는 두 배우의 육체는 긴장과 땀에서 벗어나 있을 때가 거의 없다. <사생결단>에는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표정과 얼굴을 갖고 있는 배우로 꼽히는 두 배우의 조화가 있다.
찌그러진 버디무비
<사생결단>은 일종의 찌그러진 버디무비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버디무비란 두명의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여 서로 짝이 된 뒤 우여곡절을 겪으며 우정과 신뢰를 쌓고, 그걸 바탕으로 극이 진행되는 영화들을 일컫는다. 서부영화나 홍콩영화에 그런 주인공들이 많다. 예컨대, <내일을 향해 쏴라>나 <첩혈쌍웅> 같은 영화들. 그러나, 버디무비는 여러 형태로 나뉜다. 한국에서는 <투캅스>처럼 강직한 형사와 비리형사가 서로 짝이 되기도 했고, 할리우드에서는 범죄자와 수사관이 짝이 되는 <48시간>도 있었다. <사생결단>은 그런 버디무비에 기초하지만, 심하게 찌그러진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더 처절한 어떤 결과를 향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