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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이 말하는 배우 류승범
최하나 2006-04-27

“배우는 자신을 낮춰야 해요”

자화자찬을 넘어 오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 많이 성장했어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한지 이제 6년. 그동안 프로배우로서 의식이란 게 생겼어요. 배우도 직업인이라는 거, 그냥 삘대로, 감수성대로 하는 건 시대가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이제 나 류승범이 좋건 싫건 때와 장소에 맞춰, 대중의 요구에 맞춰, 자신을 변신시킬 수 있게 됐어요. <사생결단>에서 맡은 상도라는 캐릭터도 철저한 직업정신으로 무장한 놈이에요. 마약상인데도 마약에 전혀 손을 대지 않거든요. 독종 중에서도 최고 독종이라 부른다는 그 녀석을 완벽히 연기하기 위해 촬영 기간에 스스로 금주령을 내렸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을 때조차 깨끗한 느낌, 이성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저한테는 연기 노하우가 하나 있어요. “어찌 됐건 영화는 끝난다”고 스스로 주문을 거는 거예요. 한번 맘을 딱 먹으면 그때부턴 힘든 것도 없고, 고민되는 것도 없어요. 그렇게 스스로 여유를 만들어나가는 거죠. 혼자만 과도하게 집중하다 보면, 생산의 포인트를 놓치는 경우가 있거든요. 나, 류승범이 맡은 캐릭터 하나를 만드는 게 아니라 영화 전체를 만드는 게 목적이라는 걸 늘 잊지 않으려 해요. <사생결단> 때 가장 좋았던 건, 배우들이 함께 신을 분석해서 마지막 시퀀스를 창작했다는 거였어요. 설정부터 대사까지, 원래 시나리오에 정해져 있던 걸 다 바꿨죠. 배우가 단순히 대사를 암송하는 허수아비가 아니라는 거, 창작자로서 희열과 자부심을 느꼈어요.

항상 루저 역만 맡는다구요? 맞아요. 근데 저는 원래 루저를 좋아해요. 배우라는 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위로를 주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제가 잘 먹고 잘생기고 그러면서 누구에게 위로를 주고 감동을 주겠어요? 정말 가슴을 후벼파는 감동은 제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더 풍부하게 줄 수 있는 걸요. 전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류승범, 걔 정말 좋은 배우였는데, 라는 말보다 아, 걔가 누구지? 내가 걔 작품 보고 정말 감동받았잖아~, 내 꿈을 키웠잖아, 이런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요. 이름 석자는 지워지더라도 가슴에 남는 사람말이죠.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영광스럽고 정말 행복하게 배우생활 마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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