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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바이러스, 로카르노를 전염시키다
2001-08-22

<나비> 김호정 제54회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청동표범상 수상

어느날 충무로로 홀연히 날아든 여인. <나비>의 김호정이 지난 8월2일부터 12일 스위스 로카르노에서 열린 제54회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에 해당하는 청동표범상을 수상했다. 해외영화제에서 한국배우가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것은 87년 강수연이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한 지 14년 만의 일이다. 여우주연상과 젊은비평가상을 함께 수상하는 기쁨을 누린 문승욱의 <나비>는 잊고 싶은 일들이 기억하고 싶은 것보다 많은 가까운 미래, ‘망각의 바이러스’가 출몰한다는 도시에 찾아든 인물들의 여정을 좇아가는 영화다. <나비>에서 김호정은 독일에서 거주하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버리기 위해 그 도시를 방문한 ‘안나’ 역으로 출연해 건조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캣츠> <꿈꾸는 기차> <바다의 여인> <나운규> 등 다수의 연극작품으로 히서연극상,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 등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연극배우 출신의 김호정은 김수용 감독의 <침향>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두 번째 작품인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에서는 빈둥거리는 남편(이성재)에게 폭력까지 행사하며 바가지를 긁는 ‘악처’처럼 보이지만 결국 남편의 교수직을 따내기 위해 돈을 담은 케이크상자를 마련하는 만삭의 속깊은 아내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김호정은 로카르노에서 돌아오자마자, 28일부터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첼로와 케찹> 준비로 여념이 없다고. 10월 말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나비>는 지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작으로 소개되어 김호정과 함께 출연한 신예 강혜정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