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나>는 다국적 석유회사와 산유국, 미국 정부 사이의 암투와 공생관계를 다루는 영화. 중동의 암살전문가인 CIA 에이전트 봅 바네스(조지 클루니)는 테헤란에서 무기거래상을 암살하려다 일단의 이집트 남자에게 미사일을 강탈당한다. 한편 산유국 왕자(알렉산더 시딕)는 미국의 석유회사 코넥스 대신 중국 회사에 석유 채굴권을 양도하려 하고, 에너지 분석가인 바이런 우드맨(맷 데이먼)을 고용한다. 코넥스는 이를 막기 위해 소규모 석유회사와의 합병을 추진하며 야심찬 변호사 베넷 홀리데이(제프리 라이트)를 고용한다. 한편 오일필드에서는 파키스탄에서 온 젊은이가 점점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감화되기 시작한다.
석유회사와 산유국의 암투와 공생, 그 현재는
미국의 메이저 석유회사 현황
석유회사는 운영주체에 따라 국영석유회사와 민간회사로 나뉜다. 민간회사는 또다시 업무 범위에 따라 메이저와 독립계 석유회사로 구분된다. 국영석유회사는 정부를 대신하여 석유를 개발하며 자국 경제나 정책적 결정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이 미국 회사인 메이저급 민간 석유회사들은 90년대 후반에 이루어진 대규모 인수합병 물결로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커진 상태. 엑손과 모빌이 합친 엑손모빌, 셰브론과 텍사코가 합친 셰브론텍사코, 그리고 유명한 셸 등 미국계 회사들이 석유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시리아나>에서 묘사하듯이 중동 산유국들의 정책에도 (비밀리에)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미국과 중동 산유국의 관계
미국 정부는 1930년대 이후로 안정적인 석유공급을 위해 중동과의 원만한 관계 정립에 주력해왔다. 특히 클린턴 정부는 군사력을 제공해 이라크나 이란 같은 아랍 군사대국을 봉쇄하고 산유국을 보호하는 ‘석유공급 안보’ 정책을 내세워 안정적인 국제유가를 유지했다. 문제는 무지몽매하고 단순과격한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서다. 부시 정부는 이라크를 9·11의 배후로 지목하고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켰는데, 이처럼 신속한 군사침공의 이면에는 이라크가 세계 3위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라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이 이라크를 정복하고 미국의 석유회사들이 이권을 장악한다면 하루 500만배럴의 원유를 거뜬히 생산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부시 정부의 계략은 완전히 어긋났다. 이라크는 여전히 내전에 시달리고 있으며 당연히 거대 석유회사들의 투자도 부진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