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 숨겨진 은밀한 비밀

<아임 낫 스케어드>

팀 로빈스씨. 벌써 지쳐 보이시는군요. 하긴, 이번엔 좀 먼 길을 왔습니다. 게다가 여기가 어디냐구요? 너무 어둡죠? 땅속이라고 하면 믿으실는지? 뭘 그렇게 놀라세요? 전화박스에도 갇혀보신 분이, 구덩이면 비교적 평범하죠. 아마 눈을 크게 뜨시고 주위를 잘 살펴보시면 누군가 보일 겁니다. 아, 찾으셨나요? 놀라진 마십쇼. 그냥 평범한 소년일 뿐이니까요. 아, 이름은 필리포라고 하는군요. 뭐라고 말을 거는군요. 대화를 나눠보세요. 저는 잠시 자리를 피해드리죠. (가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10여분 후) 아, 로빈스씨. 우신 건가요? 어느새 필리포와 친구가 되신 듯하군요. 재킷도 벗어주시고. 네, 뭐라고요? 어른들이 나쁘다고요? 돈 때문에 필리포를 그렇게 가둬둔 거라고요? (어른이 나쁘다고 욕을 하는 로빈스씨) 팀 로빈스씨, 당신도 어른인 것 같은데요. 누워서 침 뱉기 아닌가요? (필리포와 함께 위로 올라가려는 팀 로빈스씨) 아, 올라가시려고요? 밧줄이 하나 있긴 하지만 누군가에게 들키면 저희는 책임 못 집니다. 그래도 원하tl면 밧줄을 드릴순 있습니다. 올라가시겠어요? 필리포, 팀 로빈스씨 순으로 올라가고 그들의 눈앞에 스페인의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마치 쇼생크를 탈출했을 때처럼 가슴을 펼치고 자유를 만끽하는 팀 로빈스씨. 눈을 지그시 감고 그 기분을 음미한다. 천천히, 그리고 아주 빨리.

Tip/ 구덩이와 같이 남들 눈에 잘 띄기 어려운 장소에선 무엇보다 남을 유혹하는 ‘포즈’가 중요하다. 온몸을 담요로 감싸더라도 발 하나만은 밖으로 노출하는 센스. 누군가 말을 건네올 때는 ‘적당한 밀고 당기기’로 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최고.

에로 오야지의 신종 변태 연애술

<완전한 사육>

곰방와~. 벌써 밤이 다 되었군요. 여기가 어디냐구요? 혹시 게이샤라고 아시나요? 아니면 사무라이, 그것도 아니라면 사시미는 아시죠? (주위에 지나가는 여고생들을 흘끔흘끔 쳐다보는 팀 로빈스씨) 이보세요. 팀 로빈스씨. 아마도 로빈스씨에게 딸이 있으면 그 나이 또래가 아닐까 사료되는데요. 대충 감은 잡으셨겠지만, 여긴 바로 일본 신주쿠랍니다. 우리가 갈 곳은 바로 이 하숙집이고요. 어서 들어오세요. 앗, 신발은 벗으셔야죠. 여기는 일본이라고요. 네? 여기가 왜 ‘감금 투어지’냐고요? 저 두 사람은 그냥 부부가 아니냐고요? 하하. 그렇게 보일수도 있겠군요. 물론 의아하시겠죠. 근데 팀 로빈스씨 눈썰미도 없으시군요. 저건 누가 봐도 아빠와 딸 정도 아닌가요? 부부라고 하기엔 좀. (눈을 흘기는 팀 로빈스씨) 네, 알겠습니다. 이 정도에서 넘어가죠. 근데 저 두 사람은 바로 ‘납치한 자’와 ‘납치된 자’랍니다. 정말 정겨워 보이죠? 제가 봐도 좀 그렇긴 해요. 자, 우리 여기 앉아서 저들을 잘 관찰하기로 하죠. 네? 저 여고생이 남자에게 키스하자고 했다고요? 근데 저 남자가 거절했다고요? 헉. 어의가 없군요. 대체 이유가 뭐랍니까? 뭐, 뭐라고요? 진심이 아니라서라고요? 정말 납치자 주제에 별거 다 가리는군요. 근데 저 여고생은 뭐가 아쉬워서 키스하자고 했을까요? 아. 탈출하기 위한 방법? 아, 나루호도. 근데 팀 로빈스씨 꽤나 잘 맞추시는군요. 혹시 로리콩? 아, 이번엔 제가 맞췄나요? 쑥쓰러워하시긴. (이때, 서서히 뜨거워지는 여고생과 남자) 아, 조용히 하세요. 달아오르려고 하는데요. 근데 저 여고생, 탈출할 의지가 있긴 한 걸까요?

Tip/ 납치자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람이 나를 해칠 마음이 있는지, 돈을 원하는 건지, 상황 파악을 한 뒤 맞춤형 서비스로 탈출을 도모한다. 필요하면 먼저 키스해주거나, 함께 온천여행을 갈 수도 있다.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내어 상대방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면 일석이조.

납치놀이 심심해요, 심심타파 게임 한판

<쏘우 2>

‘게임 하나 할까?’ 아. 우리가 탈출해버렸군요. ‘예’를 누르세요. 여기부턴 대단히 조심해야 합니다. 이게 말이 게임이지, 잘못하면 목숨도 날아가니까요. 저기 녹음기가 보이죠? 그걸 재생해보세요. (흘러나오는 무시무시한 목소리) 듣고보니 무슨 냄새가 나는 것 같죠? 이게 바로 독가스랍니다. 이곳은 3시간 뒤에 자동으로 열리긴 합니다. 단, 2시간 내에 이곳을 나가지 못하면 독가스에 질식해 죽게되죠. (황급히 무언가를 찾아 서두르는 팀 로빈스씨) 그렇게 서둘러도 소용없답니다. 여기선 팀 로빈스씨와 제가 얼마나 잘 협동하느냐가 중요해요. 그리고 서로 솔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데스마스크에 눌려서 죽거나, 철퇴에 맞아서 죽게 됩니다. 여긴 죽어도 얌전하게 죽기는 어려운 곳이죠. 데스마스크가 뭐냐고요? 아, 저기 보이시나요? 마스크 안쪽에 솟은 뾰족한 침들.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하죠? 여기저기 핏물이 많으니 튀지 않게 조심하세요. 아, 그리고 혹시 아시나요? 지금 우리 모습이 다 비디오로 찍히고 있답니다. 직쏘, 그러니까 이 게임을 제안한 사람이 우리를 살펴보고 있죠. 여기선 자신을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답니다. 이건 우리 여행사가 야심차게 준비한 계획이기도 하죠. 여행을 마치는 시점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거예요. 왜, 여행은 일종의 쉼표라고도 하잖아요. 평소에 몰랐던 것들, 그냥 지나쳤던 것들을 생각해보는 거죠. 그리고 나아가서 주변 사람들까지. 팀 로빈스씨, 왜 그러세요. 과거 일들이 지나가니 울음이 북받치나요? 40년간의 감옥생활이 다시 떠오르는군요. 어서 울음을 거두세요. 자, 이제 차 시간이 다 되어오는군요. 545, 팀 로빈스씨는 545군요. 이번엔 제 목덜미 뒤에 쓰인 숫자를 읽어주세요. 565라구요? 자, 다 됐답니다. 그럼 이제 다시 돌아갑니다. 안전벨트를 매세요. 눈물은 닦으시구요. ‘게임 하나 할까?’‘노’를 누르세요.

Tip/ 협동심이 가장 중요하다. 내 목덜미의 숫자를 내가 볼 수 없지만 옆사람이랑 서로 봐줄 수 있듯이 옆사람과 힘을 합치는 것만이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자신의 과거를 돌아볼 줄 아는 자세, 주위의 사람들을 돌볼 줄 아는 따뜻함이 필요하다. 또 이곳은 비교적 유혈 낭자의 정도가 심함으로 엄청난 주의가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