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입니다. 스크린쿼터 살려달라고 외친 지, 벌써 10년입니다. 처음엔 정말이지 목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몇년 외치니까 목 아픈 것은 참을 만하더군요. 그런데 이번엔 가슴이 먹먹합니다. 뒤통수를 얻어맞았는데 가슴이 왜 아픈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슴은 어떻게 다독여야 달래지나요. 아는 분, 도대체 어디 계십니까. 그래서 일단 나왔습니다. 카메라 던져두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찬바람 쐬면서 시민들 만나면 놀란 가슴이 진정될까 싶어서 무작정 뛰쳐나왔습니다. 나와서야 알았습니다. 영화밥 먹는 사람들만 가슴이 답답한 게 아니더군요. 미국과 손잡고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정부의 무모한 포부 앞에 가슴 답답한 사람 한둘이 아니더군요. 우리 영화 찍고 싶다고 투정했는데 마음 바꿨습니다. 앞으로 영화만 찍진 않을 겁니다. 가슴 답답한 사람들 모아 어깨 겯고 싸울 겁니다. 2월17일 광화문에선 촛불시위도 할 겁니다.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분노는 이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