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아비뇽축제는 충격적인 작품의 개막과 함께 술렁거렸다. 바로 ‘현대의 다빈치’ 얀 파브르의 <눈물의 역사> (L'histoire des larmes, History of Tears) 때문. <눈물의 역사>는 수백개의 유리그릇과 수십개의 사다리 같은 오브제가 등장하고, 10여명의 무용수가 15분 동안 울음을 터뜨리는 것으로 시작해 20여명의 무용수가 나체로 무대를 뛰어다니는 도발적인 무용극이다. 벨기에 출신의 전방위 예술가 얀 파브르는 이번에 대본, 안무, 연출, 무대 디자인을 맡았다. 그는 이미 1990년대 중반에 <달콤한 유혹> <세계적인 저작권> <불타는 성상들> 신체 3부작을 선보였다. 그리고 2000년대의 <나는 피다>와 <울고 있는 육체>로 시작된 체액 3부작은 이번에 공연되는 <눈물의 역사>로 마무리된다. 얀 파브르는 70년대말 입장료로 받은 돈을 불태워 그 재로 ‘돈’이라고 쓰는 파격적인 공연을 선보이면서 주목받기 시작해 80년대에는 무려 8시간짜리 연극 <이것이 바라고 예견해왔던 연극이다>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