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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한국영화 [1] - 핫이슈 ①
권민성 2006-01-20

한해 동안 개봉되는 한국영화는 평균 60∼70편 정도다. 그런데 2006년 개봉을 기다리는 한국영화는 무려 90여편에 이른다. 작품을 준비 중인 감독들 이름만 대기에도 숨차다. 임권택,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 박찬욱 등 세계적 감독부터 김대승, 류승완, 봉준호, 이재용, 장진, 최동훈 등 신진 감독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영화 풍년에 관객은 배부를 준비만 하면 될 듯 보인다. 그래도 어떤 영화가 준비돼 있는지 빨리 알고 싶은 성질 급한 분이나 영화가 유일한 삶의 낙인 마니아급 독자들은 어서들 오시라. <ME>가 다섯 가지 시식 코너를 통해 당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직접 떠먹여드린다. <ME>가 준비한 영화 뷔페에서 부디 배불리드시길. 보너스로 한국영화 대표 캐릭터로부터 들어보는 신년 전망 가상 시나리오도 놓치지 말지어다.

꽁짜로 골라 먹는 영화 뷔페 - 2006 다섯개의 시선

1. 찹쌀~떠억!처럼 짝짝 달라붙는다 - 찰떡궁합 커플들

2005년 최고의 커플은 <너는 내 운명>의 전도연-황정민 커플이었다. 그렇다면 2006년은? 청진기 대지 않아도 답이 딱 나온다. 바로 자타가 공인한 ‘조강 커플’(조승우-강혜정). 이들이 스크린 안에서도 사랑을 나눈다. <도마뱀>은 조강(조승우)과 아리(강혜정)의 아리송한 사랑 이야기. 아리는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도마뱀처럼 조강 앞에 갑자기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지고 만다. 실제 커플인 이들에 대한 호기심까지 더해져서 영화는 벌써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도마뱀>

<청춘만화>

실제 연인 못지않은 찰떡궁합 커플도 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났던 두 사람, 바로 권상우-김하늘이다. <연애소설>의 이한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청춘만화>는 제목 그대로 만화처럼 밝고 명랑한 두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13년지기 친구 사이인 지환(권상우)과 달래(김하늘)가 각자에게 연인이 생기자 갑자기 묘한 긴장감이 생긴다는 내용. 성룡을 꿈꾸는 스턴트맨 지망생이자 태권도과 학생 역의 권상우는 <말죽거리 잔혹사> 이후 그의 몸짱 쇼를 열심히 기다려온 여성 팬들에게 최고의 팬 서비스를 해줄 예정.

한편, 남남(男男) 커플의 파워도 막강하리라 예상된다. 우선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최고의 콤비로 손꼽혀온 박중훈-안성기 커플이 모처럼 호흡을 맞춘다. <라디오 스타>는 한물갔음에도 여전히 잘난 맛에 사는 록스타(박중훈)와 그를 철석같이 믿어주는 매니저(안성기)의 우정을 다룬 버디무비. 어느 날, 지방 라디오 방송국 DJ를 맡게 된 록스타는 방송의 인기에 힘입어 제2의 전성기를 맞는다. 그러자 매니저는 록스타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그의 곁을 떠난다. 80∼90년대를 배경으로,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이 영화에서 과연 두 사람이 명콤비로서 예전의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 새해 첫 흥행돌풍을 일으킨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의 차기작이다.

<맨발의 기봉이>

신현준-탁재훈 커플 같은 신진 콤비의 기세도 만만찮다.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에서 영어로 오렌지가 ‘델몬트’라 믿는 단순무식한 조폭 형제로 나와 600만 관객 동원의 견인차 역할을 한 바 있는 두 사람. 이번엔 신현준표 <말아톤>이라고 할 수 있는 <맨발의 기봉이>에서 만난다. <말아톤>과 마찬가지로 KBS <인간극장>의 한 에피소드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정신지체장애 1급으로, 7살 소년의 지능을 가진 채 살아가는 기봉이(신현준)의 마라톤 출전기를 다룬 휴먼드라마. 제일 사랑하는 것은 어머니(김수미)요, 제일 잘하는 것은 달리기인 기봉은 어머니의 틀니를 마련하기 위해 전국 아마추어 하프 마라톤 대회에 나간다. 여기서 탁재훈은 처음엔 기봉이를 괴롭히다가 나중엔 그의 착한 마음에 동화되는 동네 백수 역. 장애우 역을 위해 2년 전부터 준비한 신현준과 유행어 제조기 탁재훈 콤비, 기대는 이럴 때 하라고 있는 거다.

관련 영화 보기 <도마뱀>, <청춘만화>, <라디오스타>, <맨발의 기봉이>

2. 비빔밥에도 원조가 있듯이 - 원작이 있는 영화들

<정사>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이재용 감독이 사고를 치기로 작정한 것일까? 그가 네 번째로 준비 중인 작품은 2005년 인터넷에서 크게 히트한 B급 달궁의 만화 <다세포 소녀>다. ‘하이틴 로맨스 뮤지컬 판타지 액션 모험극’인 이 영화의 무대는 전교생이 쿨하고 섹시한 ‘무쓸모고등학교’.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김옥빈)와 스위스에서 전학온 꽃미남 ‘안소니’(박진우), 그리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미소년 ‘두눈박이’(은성)의 삼각관계 등 황당한 고딩들의 이야기가 제멋대로 펼쳐진다. 김옥빈, 박진우, 은성, 이켠, 김별 등 신인들이 대거 출연하니, 이제 만화에서 봤던 인물들과 짝맞추는 일만 남았다.

<다세포소녀>

황석영, 공지영, 이청준 등 우리시대 대표적인 작가들의 소설도 스크린 위를 거닐 예정이다. 우선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은 198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변혁을 꿈꾸고 투쟁해왔던 이들의 삶을 다루는 내용. 광주민주화 운동 뒤 수배자가 돼 도피생활을 하는 오현우(지진희)와 미술교사 한윤희(염정아)가 오랜 세월을 뛰어넘는 애절한 사랑을 펼친다.

공지영의 베스트셀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세 사람을 살해한 사형수 윤수(강동원)와 세번의 자살을 시도했던 대학 강사 유정(이나영)의 만남을 다룬다. 죽음만을 떠올리며 살던 두 남녀가 일주일에 한번씩 교도소 ‘만남의 방’에서 만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받고 삶을 새롭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내용이다. 멜로의 포장을 쓴 채 사형제도의 모순을 까발리는 일종의 휴먼드라마인 셈. <파이란> <역도산> 등 거칠고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았던 남자의 삶에 천착해온 송해성 감독의 특기가 어떻게 발휘될지 주목해 보자. 더불어 배우이기보다 스타에 가까웠던 강동원-이나영이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할지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천년학>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연출작으로 유명한 <천년학>도 사실 소설가 이청준의 단편소설 <선학동 나그네>가 원작이다. 원작은 <서편제>가 포함된 <남도사람> 연작 중 하나로, 송화와 아버지를 버리고 떠났던 오빠가 훗날 송화를 찾아 선학동이란 곳을 찾아오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러나 임 감독은 이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주인공 남자의 연령대를 원작의 중년 남성에서 30대로 낮추는 등 소설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수정했다. 또 소리꾼 아버지와 눈먼 딸, 이복동생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 오정해는 <서편제>에 이어 두 번째로 임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전남 장흥과 전북 부안 등지에 만들어진 오픈세트에서 촬영되는 이 영화는 임 감독 작품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순수 멜로영화가 될 전망이라고.

한편, 드라마로, 영화로 이미 여러 차례 영상화된 황진이도 스크린에 오른다. 장윤현 감독이 연출하는 <황진이>는 소설 <임꺽정>의 작가 벽초 홍명희의 손자 홍석중의 작품이 원작. 조선시대의 전설적인 기생 황진이는 머슴 놈이와 초혼을 맺고 기생이 되지만, 호탕하고 수려한 양반 김희열을 만나 두 번째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황진이의 삶과 조선 후기의 사회 풍경을 넓게 다룬 원작을 확장해, 두 남자와 한 여자의 비극적인 사랑 구도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관련 영화 보기 <다세포소녀>, <오래된 정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천년학>, <황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