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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피아노 선율을 타고, <호로비츠를 위하여> 촬영현장
오정연 2006-01-16

“감정 넣어서”, “너무 달려가지 마”. 대전 엑스포 전시장 근처에 마련된 세트장엔 정갈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 지수(엄정화)의 목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워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이 주문은 그랜드 피아노에 몸이 가려지는 작은 체구의 소년, 경민(신의재)을 향한 것이다. 그가 능숙하게 연주하는 곡은 바흐 인벤션 중 하나. 각각 독립된 선율을 연주하는 오른손과 왼손이 결국 온전한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나란히 앉은 스승과 제자, 지수와 경민 역시 순탄치만은 않은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며 힘이 될 것이다.

“호러 비치? 공포영화야?”라는 오해를 듣기 십상인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피아노를 통해 세상을 보는 아이 경민과 그런 경민을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려는 피아노 선생 지수의 교감을 그린 휴먼드라마다. 지방에서 촬영할 당시에는 지역 주민들이 준비한 환영 플래카드까지 공포영화 컨셉이었을 정도로 낯선 제목이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그는 20세기 러시아 출신의 천재 피아니스트로, 영화 속 지수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유학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동네 피아노 학원을 차린 지수를 연기하기 위해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등 촬영에 필요한 곡을 집중 훈련했다는 엄정화는 “꿈이 저기 있는데 달려가는 중이라는 면에서 나는 지수 같다. 진짜 천재는 아니지만, 그래서 지수가 좋다”고 말한다. 그는 그저 흔한 장난꾸러기로 지나쳤을 경민이 지닌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인도한다.

뛰어난 절대음감과 음악적 상상력을 지닌 7살짜리 경민을 연기한 소년 신의재는 원래 아홉살이다. 실제로 콩쿠르대회 1등 수상 등의 화려한 경력을 지닌 이 꼬마 피아니스트는 처음 경험하는 영화현장이 그저 즐거운 듯 테이크 중간에도 능숙한 연주를 들려줄 정도. 능숙한 연기보다는 진짜 연주실력을 중시한 캐스팅을 감행한 권형진 감독은 “사실은 악보도 읽지 못하는” 음악 문외한. “일단은 드라마가 마음에 들었고, 잘 모르는 음악에 대해서는 이병우 음악감독이 도와줄 수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 데뷔 감독의 고백이다. 과연 현장에서 감독과 음악감독은 함께 연기와 연주를 모니터링하면서 의견을 교환한다. 이내 이어지는 장면은, 경민의 식사버릇을 혼내던 지수가 그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의재를 타이르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엄정화의 모습이 영락없는 선생님이다. 서로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며 변해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오는 4월 개봉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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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