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핫 칠리 페퍼스, R.E.M., 핸슨 음악의 프로듀싱, 편집, 녹음, 믹싱을 맡은 사람. <코스비 가족> <토네이도>의 음악편집을 담당한 사람. 턴투스턴의 등 뮤직비디오를 여러 편 제작하고 영화 <케이프 피어> 제작에도 참여한 사람.
할리우드의 디지털오디오 전문회사인 디지디자인에서 디즈니, 유니버설, 폭스, 소니, 파라마운트 픽처스 등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고객으로 관리한 사람. 그를 만나기 전 받아든 경력소개서에 적힌 것들은 종이 한장을 꽉 채우고도 ‘그외 다수’라는 말을 덧붙이고 있었다.
‘애덤 그린’이라는 마치 예명 같은 이름의 이 서른살 청년은, 그렇게 많은 일을 하며 할리우드에서, TV방송에서, 또 팝음악 분야에서 탄탄하게 제 길을 밟아온 알짜배기 디지털오디오기술자이다. ‘오디오’란 말은 그에게 음향에 관련한 모든 전문적인 작업을 총칭하는 표현. 이번에 그가 한국을 찾은 건 애플사가 내놓은 새로운 프로그램 <파이널 컷 프로2>의 유용성을 알리는 세미나 때문이었다. 그는 애플사가 새 프로그램을 만들면 그 테스트를 의뢰하는 20여명 테스터 중 한명이기도 하다.
저예산독립영화 감독들에게, 그가 세미나에서 소개한 <파이널 컷 프로2>라는 프로그램과 ‘파워맥 G4 733MHz’라는 하드웨어는 꽤 쓸 만한 것으로 보였다. <파이널 컷 프로2>는 영상물의 비디오와 오디오를 편집할 수 있는 최신형 프로그램이고, 파워맥 G4 733MHz에 내장된 소프트웨어인 ‘iDVD’는 개인이 찍고 편집한 영상물을 직접 DVD로 만들어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 세미나에서 그는 이 프로그램들을 이용해 칸영화제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편집하고 DVD를 만드는 시범을 보였다.
“모든 것을 한 사람이 다 할 수 있죠. 촬영부터 DVD 제작까지. 그렇게 하면 많은 예산을 절약할 수 있어요.” 컴퓨터를 가지고 ‘뚝딱’ 복잡한 과정들을 건너뛰어 작업을 해내는 그에게선, 영상물을 만드는 일이 굉장히 간단할 수도 있다는 명료한 자신감이 내비쳤다.
“한 가지 고정된 일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정체되는 것 같거든요.” 고등학교 때부터 음향에 관심이 많았던 그린은 ‘기본 공부’를 한다는 생각에 오스틴 소재 텍사스대학에서 국제비즈니스와 마케팅을 공부한 뒤 그 지역의 음반스튜디오에 들어갔다. 음반제작만 하던 스튜디오를 그는 비디오물의 음향작업까지 하는 곳으로 바꿔놓았고, LA로 옮겨가 본격적인 일을 시작했다. 뮤직비디오, 시트콤, TV프로, 영화 등 그의 손길은 자꾸 새로운 것에로 옮겨갔다.
그에게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재미있는” 것이고, 늘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와 그를 자극하는 것”. 디지털 프로그램은 그가 그런 새로운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손에 익은 도구이다. 누구나 그 도구를 이용할 수는 있었지만, 그린은 그것들을 가지고 여러 가지를 만들어내는 데 익숙한, 말하자면 디지털프로그램들을 ‘잘 갖고 노는’, 조금은 특별한 ‘유저’였다.
글 최수임 기자 [email protected]·사진 오계옥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