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미국 애리조나사막 한가운데서 ‘소방훈련’에 여념이 없던 소방관 지망생 웨인 그린(숀 윌리엄 스콧)은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한다. 운석은 그의 자동차를 명중한 뒤 분화구를 남기며 땅 속에 파묻힌다. 조사에 나선 글렌 캐년대학 생물학 교수 아이라 케인(데이비드 듀코브니)과 지질학 교수 해리 블록(올란도 존슨)은 운석 속에서 괴생물체를 발견한다. 게다가 이 생물이 엄청난 속도로 번식 및 진화를 한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된다. 외계생물 발견의 공으로 노벨상을 받을 꿈에 젖어 있는 두 교수 앞을 가로막는 것은 육군 조사단과 국립질병센터의 연구원 알리슨 리드(줄리언 무어). 노벨상을 받아 시골대학 교수 신세를 면하고자 하는 두 교수와 그린은 외계생물 연구를 놓고 정부팀과 대결을 펼친다.
■ Review
유쾌한 SF코미디 <에볼루션>은 유난히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 많은 작품이다. 외계생물이 지구를 침공하고 이를 무찌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맨 인 블랙>을, 쇼핑몰에서 공룡(영화에선 외계생물이지만)에 맞서 인간이 싸운다는 점에서는 <쥬라기 공원2>를, 인간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외계 존재와 격돌한다는 점에서는 <인디펜던스 데이>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 영화는 관객의 뇌리 속에 남아 있는 이들 작품들의 존재감을 교묘히 피해나가면서 나름의 독창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영화와 가장 가까운 지점에 있는 작품은 감독 아이반 라이트먼의 대표작 <고스트 버스터즈>라 할 수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도시에 출몰하는 유령을 잡아내는 특공대의 이야기는 십수년이 흐른 뒤 엄청난 진화 속도를 가진 외계생물을 소탕하는 ‘낙오자’들의 이야기로 버전이 업그레이드됐다.80년대와 달리 엽기가 판치는 2000년대라는 조건을 고려한 탓인지, 감독은 블록의 바지를 벗기고 직장을 통해 외계생물을 잡아낸다든가 외계인에 대한 최후의 격퇴수단으로 샴푸를 사용한다든가 하는 에피소드를 집어넣었다. 결과는? 물론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외계생물들의 지구 침공이라는 심각한 주제 속에서도 시종일관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그의 재주일 터이니. 하지만 <에볼루션>이 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줄리언 무어라는 배우를 기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말의 실망감을 갖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듀코브니가 <X 파일> 의 ‘냉철한 몽상가’ 멀더 이미지를 배신하거나 무어가 <한니발>의 스탈링 역할을 패러디했으면, 하는 기대를 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두 캐릭터를 좀더 강조했다면 이 황당한 외계인 소탕 작전도 나름의 극적 긴장감을 획득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 때문이다. 어쩌면 라이트먼은 외계인이 진화하는 속도보다 빨리 퇴화하는 자신의 연출 능력을 깨달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문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