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의 네버랜드는 <피터팬>의 작가 J. M. 배리의 네버랜드이기도 했다. 앨런 니의 희곡 시리즈 <피터팬이었던 남자>는 J. M. 배리가 류엘린 데이비스가의 아이들하고 쌓았던 실제 우정에 기초해 쓰여진 작품이다.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 산책길에서 배리가 우연히 만난 세 소년의 이름은 각각 조지, 잭, 피터.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당시 성공한 희곡작가였던 그는 이 아이들과의 만남으로 지루한 삶의 권태를 벗을 수 있는 출구를 얻게 됐다. 그 자신이 어른이기를 거부했던 J. M. 배리는 다섯살, 네살, 한살짜리 아이들의 환심을 잃지 않기 위해 마술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우스꽝스러운 변장술을 보여줬다. 1904년 12월27일, 요크 공작의 소유인 듀크 오브 요크 시어터에서 초연을 가진 연극 <피터팬, 혹은 어른이 되지 않으려는 아이>의 주인공 이름은 데이비스가의 소년들 중에서도 가장 예민했던 아이 피터에게서 딴 것이었다.
<피터팬>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에 만들어진 영화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바로 이 실화와 실화를 극화한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류엘린 데이비스가의 아이들은 실제로 다섯명이었는데 영화에서는 배리가 데이비스가의 세 형제를 만난 이후 태어난 두명의 아이들 중 먼저 태어난 아이(마크 데이비스)까지를 등장시킨다. 동네 언덕에 커다란 술통과 나무 막대기 따위만을 갖다놓고 왕놀이, 해적놀이, 카우보이놀이에 정신없는 아이들과 배리. 이 언덕은 네버랜드, 아이들은 네버랜드의 주인들이다.
작가 J. M. 배리 역은 아이처럼 깨지기 쉬운 순수함을 위험하게 내포한 이미지로서는 더이상의 적역이 떠오르지 않는 배우 조니 뎁이 맡았다. 배리와 드러낼 수 없는 로맨스를 나눠가졌던 우아한 미망인 실비아 류엘린 데이비스 역은 케이트 윈슬럿, 배리의 믿음직한 후원자였던 미국 출신의 극장주 찰스 프로먼 역은 더스틴 호프먼, 실비아 데이비스의 친모 엠마 뒤 모리에는 줄리 크리스티가 각각 연기한다. <몬스터 볼>의 마크 포스터가 연출하는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그 자신이 피터팬이나 다름없었던 J. M. 배리의 순수한 면모와 그의 대표작이 될 <피터팬>이 성공을 이뤄가는 과정과 아내가 있기 때문에 미망인 실비아에게 마음을 다 털어놓을 수 없었던 배리의 감정 등을 엮고 풀어낸다. 20세기 초의 고풍스러움과 <피터팬> 안의 원더랜드를 절묘히 조화시킨 프로덕션디자인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선 지난 11월 마지막 주에 개봉했고, <롤링스톤>은 “유쾌한 생명력으로 빛나는 우아한 오락영화”라는 말로 흥겨운 가족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