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지난해 오스카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는 레기나의 동화와 예텔의 변화를 언급하며 “다른 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과 태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훌륭한 영화”라고 평했고,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 영화가 발터-예텔의 갈등 섞인 결혼 관계와 레기나-오부워의 (전형적인 주종관계에서 빚어지는) 온화한 우정을 사실적으로 대비·묘사했다며 후한 점수를 내렸다. 이들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비욘드 사일런스>를 만들었던 카롤리네 링크 감독의 연출력은, 전작에 비해 다소 느슨해진 감이 있지만 그래도 완성도와 설득력을 지녔다. 제3세계에 대한 백인 중심의 시각이 불편한 것은 그러니까 우리의 문제이지 오스카 심사위원단과 미국 평단의 주된 심리는 아닌 셈이다.
백인의 시각으로 아프리카를 바라보다, <러브 인 아프리카>
글 박혜명
2004-12-07
첫째, 오지에서의 가족간 갈등과 감동적 화해를 담은 사실적인 이야기. 둘째, 아버지, 어머니, 딸이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오지를 사로잡는 이야기. 셋째, 백인들의 이야기.
<러브 인 아프리카>는 아프리카 케냐에 머물렀던 어느 유대인계 독일 가족의 이야기다. 변호사인 발터(메랍 니니트체)와 그의 아내 예텔(율리안느 쿨러), 그리고 사랑스런 다섯살짜리 딸 레기나(레아 쿠르카)는 2차대전의 발발로 독일에서의 풍족한 삶을 뒤로 한 채 케냐로 도피한다. 현실적인 발터는 기후와 풍토가 전혀 다른 이국에서도 바로 직업을 얻고 생활력을 발휘하지만, 아내 예텔은 냉장고 대신 싸들고 온 고급 접시를 꺼내놓지도 않은 채 곧 고향에 돌아갈 것을 믿는다. 혀와 생각이 굳지 않은 레기나는 현지인 요리사 오부워(지데데 오뉼로)에게 케냐 부족어를 빠르게 배우며 피부색 다른 아이들 틈으로 섞여들어간다.
<러브 인 아프리카>는 아프리카 대륙을 일종의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쯤으로 바라보는 영화다. 예텔의 눈에 이 땅은 어쨌거나 오지이고 그들의 관습은 이해할 수 없는 규칙이고 사람들은 가난하고 시대에 뒤떨어졌고 지저분하다. 때때로 부족인들은 예텔을 원숭이 쳐다보듯 바라보고 그 시선에 예텔은 어쩔 줄 몰라하지만 그 장면에서조차 무리지어 앉아 낄낄대는 부족인들의 표정이 더 괴이해 보일 따름이다. 약해빠진데다 엄살밖에 모르던 예텔의 몸과 마음은 결국 이 땅에서 튼튼해진다. 그러나 그 과정엔 아무 기술도 가진 것 없는 부족인들을 싼값에 고용한 농장 경영이 있다. 발터의 적응력은 오지의 이질감을 포용하는 백인의 너그러움이며, 레기나와 부족 소년의 사랑은 다만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키워졌기 때문에 결국 부서지고 마는 그런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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