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보다 나은 아우 - 최고의 속편 10편
<대부2> (The
Godfather Part2) 1974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비토 콜레오네의 젊은 시절과 아들 마이클의 시련이 겹쳐지는 <대부2>는 프리퀄과 시퀄이 병행하는 기이한 구조의영화였다. 평론가들은 이런 구조를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봤다. 어쨌든 그해 아카데미는 <대부2>에 작품상, 감독상을 포함 6개 오스카를
헌사함으로써 1편보다 나은 속편이라는 당대의 평가를 부추겼다(1편은 작품상 등 3개의 오스카를 받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분명해지는
건 <대부>의 위대함이다. <대부2>는 대단한 완성도를 갖췄지만 <대부>의 미학적 성취를 앞지르진 않는다는
게 일반적 견해. 물론 1990년 <대부3>은 너무 초라해보였다. 영화사에 남는 걸작과 그에 어울리는 속편을 모두 만든 코폴라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이다. <대부3> 역시 충분히 볼 만한 영화지만 코폴라는 너무 강한 경쟁상대를 스스로 만들었던 것이다.
<에이리언2> (Aliens)
1986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마이클 빈, 시고니 위버
<에이리언>시리즈의 연출자들은 당대의 손꼽히는 스타일리스트들. 평론가들은 리들리 스콧의 1편을 지지했지만 관객의 가장 큰 박수는 제임스 카메론의 2편을
향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2편은 시리즈 중 박진감 넘치는 액션장면이 가장 많으며 여전사 리플리의 용맹함도 최고다. 연출자로 지목됐을 때 제임스
카메론은 <터미네이터> 1편만을 흥행시킨 풋내기 감독이었지만 1편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비주얼에서 범접할 수 없는 베테랑
리들리 스콧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괴물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며 분위기만으로 극적 긴장을 고조시킨 전편과 달리 <에이리언2>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듯한 불사신 악마들과의 숨돌릴 틈 없는 사투를 그렸다. 그것은 우주에서의 <다이하드>이자 <람보>로서 액션활극의 쾌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시도였다.
<터미네이터2> (Terminator2:
Judgment Day) 1991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로버트 패트릭
1984년작<터미네이터>는 제작비 650만달러의 B급 SFX였다.
그러나 블루스크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미니어처 등 고전적 특수효과가 만들어낸 액션의 폭발력은 결코 B급이 아니었다. 카메론은 <터미네이터>의
성공을 적절히 이용했다. <에이리언2>로 또 한번 성공을 거둔 그는 곧바로 A급 감독에 편입됐다. 그리고 <어비스>에서 수상쩍은 CG를
선보인 뒤 <터미네이터2>로 이런 SFXX가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T-1000은 새로운 SFX
시대 도래의 증거였다. 카메론은 10배의 제작비로 1984년의 기술수준과 제작환경으로 꿈꿀 수 없던 이미지를 창안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카메론에겐 그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의 영화는 테크놀로지의 발전사를 껴안는 것이었다. <터미네이터2>는 그것을 해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을 감행한 영화인 것이다.
<오스틴 파워> (Austin
Powers: The Spy Who Shagged Me) 1999
감독 제이 로치 출연 마이크 마이어스, 헤더 그레이엄
<오스틴파워>도 속편이 있던가, 의아할지 모르지만 이게 속편이며 한국에선 전편보다 먼저 개봉됐다. <오스틴 파워 제로>로 뒤늦게 국내에 소개된 1편은
미국에선 1997년 조용히 개봉해 극장수익 5400만달러, 비디오수익 45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소리소문 없이 개봉했다 뒤늦게 인기를 끈
전편과 달리 속편인 <오스틴 파워>는 무척 화려한 홍보전 속에 <스타워즈 에피소드1>이 극장가를 달군 1999년 개봉했다. <오스틴 파워>처럼
1편과 2편의 완성도 차이가 뚜렷한 영화도 드물다. 2편이 낫다는 점에서 거의 독보적인 영화라고 할 만하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제작비
차이도 있겠지만 한결 탄탄해진 각본과 전작보다 농도짙은 유머가 큰 몫을 차지한다. 품위나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전작의 정신을 지키면서 <오스틴
파워>는 버전업된 개그란 어떤 것인지 일러준다.
<동방불패> (東方不敗)
1991
감독 정소동 출연 이연걸, 임청하, 관지림, 이가흔
호금전과서극이 공동연출한 <소오강호>는 김용의 무협소설을 각색한 영화로서 보기 드문 성공을 거두며 무협영화 붐을 주도했다. 그러나 강호의 덧없음을
노래하는 <소오강호>는 각색과 화려한 무술 연출이 조화를 이뤘지만 어딘가 허전했다. 2편격인 <동방불패>는 이연걸, 임청하 등 당대 홍콩 스타들을
앞세우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진력한다. 주인공 영호충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춘 전편과 달리 <동방불패>는 영호충의 적 동방불패 임청하의
매력에 집중한다. 검으로 물을 가르며 술로 입술을 적시는 임청하의 강렬한 중성적 이미지는 <동방불패>의 야심이 전편과 전혀 다른 데 있음을
보여준다. 정소동이 연출을 맡긴 했지만 <동방불패>의 이런 태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건 제작자 서극이다. 그는 사람들의 눈길이 어디 머무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배트맨2> (Batman
Returns) 1992
감독 팀 버튼 출연 마이클 키튼, 데니 드 비토, 미셸
파이퍼
미국에선흥행기록을 세웠지만 한국 관객은 <배트맨>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마 너무 어둡고 기괴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배트맨2>는 더욱 어둡고 기괴해졌다.
전편에서 약간의 온기를 제공한 킴 베이싱어의 끈적한 유혹조차 없어졌다. 유혹당하기엔 너무 공격적이고 차가운 캣우먼이 그를 대신했고, 조커의
자리는 더욱 흉물스러운 펭귄맨이 차지했다. 배트맨도 훨씬 불안정하고 심약해졌다. 팀 버튼은 “2편이야말로 내가 만들고 싶어한 <배트맨>”이라고
했고, 한국 관객은 더 철저히 외면했다. 그러나 이미지의 관습화된 서열을 맹폭하며 버려진 이미지들에 무한한 애정을 표하는 팀 버튼 영화의 정수는
<배트맨2>에 오롯이 담겨 있다. 그런 면에서 <배트맨2>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펭귄맨이다. 아니라면 펭귄맨의 장례식이 그렇게 감동적으로
그려질 리가 없다.
<매드 맥스2> (The
Road Warrier) 1981
감독 조지 밀러 출연 멜 깁슨
호주의무명 감독 조지 밀러와 무명 배우 멜 깁슨은 <매드 맥스> 한편으로 단번에 할리우드의 구애를 받는다. 두 남자는 전편과 비교가 안 될 거액을
쥐고 <매드 맥스2>를 만들었다. 로버트 로스리게즈는 기회가 오자 재능의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지만(<데스페라도>), 조지 밀러는 기다렸다는
듯 영화 사상 가장 매혹적인 SFX
가운데 한편을 내놓았다. <매드 맥스2>의 매력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들다. 인터넷에는 “성장에 관한 심리드라마이며, 소비주의와 포스트모던
문화에 대한 풍자이며, 새로운 신화이며, 한 인간의 윤리적 각성에 관한 해명…”이란 평이 올라 있다. <매드 맥스2>는 이른바 혼성장르의 표본이기도
하다. SFX, 서부극, 블랙코미디,
중세활극, 호러까지 뒤범벅돼 있다. 심지어 일본 사무라이극과도 통한다. 키치적인 것의 집결이지만 그 합주는 웅장하다.
<이블 데드3> (Army
Of Darkness) 1993
감독 샘 레이미 출연 브루스 캠벨, 마커스 길버트, 엠베스
다비츠
음침한숲을 질주하는 악령의 시점숏을 선보인 <이블 데드>는 스플래터영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2편은 1편보다 과격하고 풍자적이지만 구성의 난맥상을
보여주었다. 공포와 웃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샘 레이미는 <이블 데드3>에서 확실한 난센스 호러코미디로 방향을 바꾼다. 한쪽 팔에 전기톱을
달고 아더왕 시대로 떨어진 밥은, 졸지에 ‘죽음의 군대’와 싸우는 기사가 된다. 가진 것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세고, 강하지도 않으면서 나서기
좋아하는 밥의 천방지축 모험을 그린 <이블 데드3>는 멜 브룩스의 <영 프랑켄슈타인>과 함께 공포코미디의 전형이 무엇인지를 증명한다. 자신의
영화를 풍자대상으로 삼아 공포와 웃음의 역학관계를 현란하게 그려낸 걸작.
<뉴 나이트메어> (New
Nightmare) 1994
감독 웨스 크레이븐 출연 로버트 잉글런드, 존 색슨
웨스크레이븐은 <나이트메어> 속편들에 합류하기를 거절했다. 그가 만들어낸 공포영화의 ‘영웅’ 프레디가 처참하게 난도질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끝끝내.
결국 그가 돌아온 작품은 6이나 7편이 아니라 ‘New’
<나이트메어>였다. <뉴 나이트메어>는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교묘하게 허문다. 1편의 주인공 헤더는 <나이트메어> 완결편에 출연하자는 요청을
받는다. 그러나 프레디가 헤더의 꿈에 나타나 위협을 가하고, 새 영화의 시나리오는 현실을 따라 쓰여진다. 웨스 크레이븐과 로버트 잉글런드 등이
실명으로 출연하여 허구의 세계를 구축하는 <뉴 나이트메어>의 세계는, 모래성 같은 현실의 유약함을 일깨워준다. 구전을 통해 내려온 ‘민담’과
공포영화의 관계를 끌어내는 결말도 인상적이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1999
감독 김태용, 민규동 출연 김민선, 박예진, 이영진
단지전편만큼 무섭지 않다는 이유로 일부 관객의 비난을 사기도 했지만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여고괴담>보다 신선하고 획기적인 영화였다. 전작이
공포물의 전형적 구도에 입시경쟁에 시달리는 현실을 겹쳐놓은 영화인 반면 속편은 공포물의 전형성이나 직접적인 풍자에서 벗어나 있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아주 짧은 사춘기 소녀의 청아한 느낌을 잡는 동시에 그것이 사라지는 순간의 아픔까지 그려낸다. 동성간의 사랑이라는 다소 부담스런
이야기를 풀면서도 뭔가를 주장하거나 선언하지 않은 채 감정의 흐름을 타고가는 화법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런 유의 장르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전편과 ‘전혀 다른 이야기’인 동시에 동시대 다른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영화’였다.
■ 만들지 말걸 그랬지 - 최악의 속편 5편
<북 오브
섀도우> (Book of
Shadow: Blair Witch Project2) 2001
감독 조 벨링거 출연 킴 디렉터, 스테판 바커 터너
제작비3만달러의 공포영화 <블레어윗치>(1999)는 흥행수익 2억달러를 넘기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배급사 아티잔이 곧바로 속편 준비에 들어간
건 당연했다. 다큐멘터리 감독 조 벨링거를 기용한 속편 <북 오브 섀도우>는 잘못된 길을 택했다. 관객은 한번은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같은 속임수를
되풀이하자 짜증을 냈다. 물론 전편을 고스란히 되풀이한 건 아니었다. 이 영화는 ‘눈에 보이는 것은 진실’이라는 명제를 거역하는 데서 출구를
찾으려 했다. 보이지 않는 공포를 담은 전편과 달리 보여주되 내 눈으로 본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다. <북 오브 섀도우>의
이런 태도엔 진지한 구석이 있지만 이미 게임의 규칙을 익힌 관객에겐 새로운 게 아니었다. 결국 미국흥행수익 2642만달러에 만족해야 했다.
<배트맨과
로빈> (Batman & Robin) 1997
감독 조엘 슈마허 출연 아놀드 슈워제네거
팀 버튼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조엘 슈마허는 이미 <배트맨 포에버>에서 전작들의 우울한 분위기를 지워버렸지만 4편인 <배트맨과 로빈>에 와서는
좀 심했다. 90년대 후반 섹시한 남성의 대명사로 불리는 조지 클루니가 배트맨 옷을 입었지만 그에 걸맞은 분위기는 살아나지 않았다. 배트맨의
트레이드마크인 음울하고 고독한 이미지가 없기 때문. 악당으로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우마 서먼을, 배트걸로 알리샤 실버스톤을 영입하긴 했으나 이야기가
받쳐주지 않아 인물들 사이의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도 <배트맨과 로빈>을 ‘최악’으로 여기게 한다. 등장인물의 무게는 한없이 줄이고 눈길을
끌 만한 캐릭터 인형만 잔뜩 모아놓은 듯한 <배트맨과 로빈>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속편 전략이 영화 대신 부가가치만 염두에 뒀을 때 낳을
수 있는 표본 중 하나다.
<스피드2>
(Speed2: Cruise Control) 1997
감독 얀 드봉 출연 제이슨 패트릭, 샌드라 불럭
<스피드>와 <트위스터>를 보면 얀 드봉은 스펙터클뿐 아니라 이야기의 밀도에도 꽤 조예가 있는 감독이다. 그러나 <스피드2>는 <스피드>의
흥행공식을 너무 조악하게 따랐다. 질주하는 배가 있고 악당과 영웅이 있으며 어설픈 여성이 결정적 공을 세운다는 점은 그대로지만 이야기는 이런
골격에 억지로 끼워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폐쇄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극적 상황을 영리하게 이용한 전작과 달리 <스피드2>는 비교적 피할 곳이
많은 바다에서 벌어지며 위기의 성격도 석연치 않다. 키아누 리브스의 자리에 들어온 제이슨 패트릭이나 악당 데니스 호퍼를 대신한 윌렘 데포가
전편의 배우들만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하고 샌드라 불럭도 더이상 신선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기대할만한 것은 막판 스펙터클이지만 그걸 보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지루하다는 걸 제작진은 미리 알아차렸어야 했다.
<슈퍼맨3>
(Superman3) 1983
감독 리처드 레스터 출연 크리스토퍼 리브, 리처드 프라이어
리처드 도너가 연출한 1편에 이어 2편부터 메가폰을 잡은 리처드 레스터는 <슈퍼맨3>에서 슈퍼맨이 슈퍼맨과 싸우는 장면을 연출한다. 악당의
음모로 나쁜 슈퍼맨이 탄생해 착한 슈퍼맨과 한판 겨루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나쁜 슈퍼맨이 너무 노골적이라는 사실이다. 여자를 좋아하고 담배를
피우며 술을 마시고 면도도 안 하고 코도 많이 곤다. 어린이들에게 우리편과 상대편을 가르칠 땐 이런 방법이 유용하겠지만 성인들이 보는 영화에
등장하기엔 너무 유치한 아이디어다. 나쁜 슈퍼맨이든 좋은 슈퍼맨이든 똑같은 외모와 행동을 보여줬다면 훨씬 흥미로울 수도 있던 <수퍼맨3>는
어린이용 영화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수퍼맨3>을 보면 <수퍼맨4>가 제작됐다는 사실이 미스터리처럼 느껴진다.
<엑소시스트2>
(Exorcist2: The Heretic) 1977
감독 존 부어맨 출연 린다 블레어, 리처드 버튼
네드 다이글이라는 평론가는 <엑소시스트2>의 실패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존 부어맨은 괜찮은 연출가이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선 사탄이 개입했음에
틀림없다.” 농담이지만 <엑소시스트2>가 존 부어맨 경력의 오점인 것은 사실이다. 대체로 공포영화 속편들이 뻔한 관습을 반복하며 비슷한 몰락을
경험하지만 <엑소시스트2>는 73년 최고 흥행작이었던 전작의 놀라운 성공이 무색할만큼 흥행에서 참패했다. 리처드 버튼, 루이스 플레처 등 중후한
캐스팅만으로도 주목받았던 <엑소시스트2>는 공개되자마자 너무 많은 비난에 시달려 급히 간판을 내리고 재편집에 들어갔다. 그러나 재편집한 뒤
개봉했을 때도 똑같은 악평에 직면하면서 구제할 길 없은 영화가 되고 말았다. 1990년 원작자 윌리엄 피터 블래티가 직접 감독한 3편 역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남동철,김봉석,허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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