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탭 탭 탭
2001-06-19

컨베이어벨트위에서 춤을

Bootmen 2000년,

감독 데인 페리 출연 애덤 가르시아 장르 드라마

폭스 명불허전

자본의 성공신화는 70년대를 거치면서 무너지고 있었다. 79년, 정권의 핵심으로 등장한 마가렛 대처는 새로운 빅토리아시대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그 모든 경제위기의 책임을 ‘무능하고 게으른’(!) 노동자 계급에게 전가하였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80년대에 이르자,

영국을 위시하여 그녀의 모범을 따른 유럽과 북미대륙의 많은 국가들은 산업 내부의 전면적 구조조정과 대량해고를 감행하였고, 이는 곧 노동자들의

전면적인 파업투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많은 싸움들은 실패를 경험했고, 한 세기에 걸쳐 이루어냈던 노동운동의 성과들은 원점으로 되돌려지고 있었다.

이러한 싸움들 중에서도 가장 치열했던 역사는 탄광과 철강산업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발견된다. 최근 개봉되었던 <빌리 엘리어트>를 비롯하여

<브레스트 오프> 그리고 켄 로치의 4부작 다큐멘터리 <당신은 누구의 편인가?> 등이, 탄광 노동자 투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들이라면, 이 영화 <탭 탭 탭>은 <풀몬티>와 함께 철강 노동자들의 실패와 좌절, 그리고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공장폐쇄와 대량해고의 위기에 처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철강도시 뉴캐슬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거의 <빌리 엘리어트>의 탭댄스 버전이라

할 만하다. 가족과 함께 철강공장에서 일하는 주인공 숀은 탭댄스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노동자.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탭댄스에 열중하다

해고라도 당할까 싶어 아들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숀은 탁월한 실력으로 시드니의 전문 공연단에 발탁되기도 하지만 곡절 끝에 다시 뉴캐슬로

돌아오고 만다. 그리곤 공장의 동료들을 모아 ‘부트맨’(bootmen)이라는 공연단을 꾸리고, 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대대적인 공연준비에 들어간다.

이 영화의 완성도가 역사와 드라마를 감동적으로 결합시킨 <빌리 엘리어트>에 버금갈 만한 것은 아니다. 그러기엔 숀의 삼각관계에 빠진

러브스토리 등 군더더기 같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대신, 폐쇄된 공장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탭댄스 연습과정과 공연모습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공장의 작업도구를 응용하여 컨베이어벨트와 날카로운 쇳소리에 맞춘 그들의 춤동작은 노동자문화를 독창적으로 조합한 집단군무를 보는 듯하다. 게다가

요즘 우리 영화건 외국영화건 역사와 현실을 직시하는 작품을 만나기란 그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그런 점에서 본다면 <탭 탭 탭>은

다소 진부한 스토리와 결말의 모호한 낙관주의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계급적 상황과 현실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몇 안 되는 작품이고, 그래서 더욱

반갑다.정지연/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