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골이 누구더냐. 희대의 아나키를 자처하며, 눈에 보이는 건 뭐든지 부정하는 꼴통으로 찍힌 자 아니던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언니라고 부르며 피자매의 유혈낭자한 행사에 참가해서 ‘두쪽’ 달린 자들에게서 별별 소리 다 듣기를 꺼리지 않던 자 아닌가. 약(弱)해서 약골이면서 약(藥)해서 약골이기도 한 천하의 약골 조약골. 사진으로 보면 그는 존 레넌 비슷도 하지만 신촌블루스의 엄인호와도 비슷하다. 외모 덕인가, 자신의 주장을 담은 노래를 속속 발표하는 그는 가수이기도 하다. 제목은 한 구호고, 가사는 있기도 없기도 하다. 포크인 듯 하다가도 힙합이라고 주장하는 연주도 있다. 조약골은 희한하다.
조약골이 주장하는 바는 무언가. 아나키스트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 그러니까 군대와 전쟁을 반대하고, 마초들과 마초적 국가 권력을 반대하는 그런 주장이란 들어서는 흔한 얘기들이다. 이런 아나키스트적 주장이란 실체를 보지 않고서는 공허하거나 공상적인 한담일 것이다. 말로 기록된 행적이 아나키즘을 실제로 담보하는지를 가늠할 사람은 많지 않다. 진정성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보지 않고 믿는 건 범인(凡人)의 일이 아니라 그렇다. 오히려 그의 생각들은 컬티즌에 실렸었던 사이트 소개글(아, 이 코너의 경쟁자인가?)에서 제시한 반체제적 문화양상들로 읽어보는 건 어떠할까. 떼사랑, 인육(人肉), 복장도착 등에 대한 조약골의 접근궤도와 나 자신의 궤도와의 각도 차이를 생각해보면 그의 공상적인 이념들이 어느 정도 허황한지,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한지를 스스로 알 수 있으리라. 그 차이를 통해 조약골을 짐작할 때 조약골의 노래는 bgm으로서 더할 수 없이 훌륭하다. 김성환/ 인터뷰 전문웹진 <퍼슨웹>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