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라는 오래된 노래가 있다. “꽃이 피면 같이 피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라는 가사가 있는. 누구나에게 인생의 봄날이 있다. 홍콩에선 <화양연화>라고 부르는 시기지만 굳이 영화로 비교하자면 허진호의 <봄날은 간다>는 왕가위의 <화양연화>보다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에 가깝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서로 겹쳐지는 가족 구성원의 모습을 통해 드러나며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은연중 배어나오는 것이다. 98년 데뷔작 에서 보여줬듯 허진호 감독은 오즈 야스지로의 태도와 허우샤오시엔의 미학에 젖줄을 댄 자기 스타일을 갖추고 있는데 <봄날은 간다>에서 그것은 어느 맑고 순수한 젊은이의 연애담으로 모아진다. 이 젊은이의 이름은 상우(유지태)이고 일찍 아내를 여읜 그의 아버지(박인환)와 치매에 걸린 할머니(백성희)가 상우의 현재와 오버랩된다.
시나리오상 이야기의 큰 축은 사운드 엔지니어인 상우가 지방방송사 아나운서인 은수(이영애)를 만나는 데서 시작한다. 지역의 소리를 채집해 틀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준비하느라 강원도에 간 상우는 담당 아나운서인 은수와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자연음들을 녹음한다.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두 사람은 어느날 은수의 아파트에서 밤을 보낸다. 그러나 겨울에 만난 두 사람의 관계는 봄을 지나 여름을 맞으면서 삐걱거린다. 이혼 경험이 있는 은수는 상우에게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부담스러운 표정을 내비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말하는 상우에게 은수는 그저 “미안해”라고 말할 뿐이다. 상우가 은수를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는 과정이 진행되는 한편 상우의 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아내를 잊지 못하는 아버지, 치매로 남편의 젊은 시절만 기억하는 할머니는 상우가 겪는 실연의 아픔을 알지 못하는데도 조용한 위로가 되어준다. 어느 젊은 남자의 예쁜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봄날은 간다>는 운명적 사랑의 신화에 의지하는 멜로드라마는 아니다. 상우의 성장영화로도, 상우 아버지와 할머니의 젊은 날을 그린 영화로도 보일 수 있으며 무엇보다 흘러가는 좋은 시간과 추억의 한 자락을 포박하는 영화처럼 비치기도 한다. 물론 영화는 아직 촬영중이며 시나리오만으로 너무 많은 것을 추측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남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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