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를 부탁해> 연출부 이사무엘의 고군분투 영화만들기
어느 게시판에 올라 있는 말대로라면 실질적인 충무로 연출부의 조건은 ‘1. 엑셀과 워드를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2. 운전면허증을 소지한다. 3. 체력이 좋아야 한다’이다. <고양이를 부탁해>로 첫 연출부 생활을 시작한 스물여덟살 청년, 이 사무엘은 그 어떤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테크노포비아로 워드는 쳐도 엑셀은 잘 다루지 못하고, 운전면허시험은 2번이나 떨어졌으며, 깡다구와 끈기는 자신있지만 보기에 그닥 체력이 좋아보이는 건 아니다. 영화학교를 다닌 적도 없고 필름작업도 처음이다. 그러나 이제 막 영화라는 거대한 존재로 한 발짝 다가선 청년의 무기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새끼고양이 ‘전구’가 묵직한 어미고양이로 자라나는 동안, 성북동 사무실의 반쪽짜리 책상에서 사무엘이 써내려간 2권의 일기장에는 현장의 스탭으로 유연하지 못한 자책과, 영화를 향한 끝없는 외사랑, 존재에 대한 의문들이 포도넝쿨마냥 얽혀져 있다. ‘슬레이트판을 칠 때 어떤 방식으로 테이크를 부를까’ 하는 사소한 고민부터 ‘나는 이 촬영장에서 어떤 존재인가’ 하는 다소 묵직한 고민까지…. 일기장 위엔 가끔 얼룩인지 눈물인지 모르게 잉크가 번져 있기도 했고, 때론 차마 꺼내지 못했던 불평의 ‘한풀이’가 이루어지기도 했으며, 캠프 전날 짐챙기는 아이처럼 빽빽이 기입한 사항들이 오매불망 주인의 OK사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시작하는 이들의 아름다움은 불완전함, 그 자체에 있다. 지금 이순간에도 박봉과 피로에 지쳐 촬영장 어디쯤에선가 선잠을 청할 연출부들, 뚜렷한 직함없이 ‘∼야’로 통하는 수많은 예비감독들의 불완전한 아름다움 앞에 동료 이 사무엘의 고백을 풀어놓는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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