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는 디카가 말과 생각을 만들어 낸다. 무슨 일만 생기면 디카로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떠돈다. 기자보다 어느 네티즌이 찍었다는 게 더 믿을만하다. 현장에서 그 순간을 찍었기 때문이고 유포된 만큼 공신력은 만들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디카는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가 된 듯하다. 디카가 생겨나면서 디카와 그 사진을 다루는 사이트도 함께 흥성한다. 하지만 디카 사이트 없이는 디카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디카 없이 글 한 줄 올리기 겸연쩍은 세상이지만, 인터넷 없이 디카가 무슨 소용인가. 디카와 인터넷은 선후를 따지지 않고 뒤섞여 있다. 디카가 만들어 내는 것도 그러할 것이다.
디카를 문화의 한 도구라고 말한다고 해서 디카가 일방적으로 수동적이지는 않다. 한편에서 디카의 성능 자체의 최대치를 겨루는 이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잘 찍히면 그만이라고 하면 재미없는 소리다.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해도 무시하겠다. 어디 내용과 형식을 두부 자르듯 할 수 있던가.
‘SLR 클럽’(www.slrclub.com)은 디카 중에서 SLR(Single Lens Reflex)형식의 기기를 다루는 유저모임이다. 이들 디카는 비싼 만큼 크고 무거운 고급 기종이다. 아마추어들의 모임이긴 하지만 활동과 성과에 있어서는 동호회 수준에 그치지는 않는 것 같다. 디지털 slr은 필름카메라의 그것과 구분해서 흔히 dslr이라고 부르는데 이 slr클럽에서는 곧 디지털 slr만을 의미한다. 사소한 표기의 문제겠지만, 필름카메라가 slr을 표나게 구분하지 않는 사이 ‘slr’이라는 말은 디카의 고급 기호의 표지로 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디카 앞에서 선후를 따져 묻는 것은 낭비인 듯하다.
김성환/ 인터뷰 전문웹진<퍼슨웹>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