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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소>에 대한 ‘편견’을 버려요, 감독 곽재용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는 담론상 직격탄을 맞았다. 크게 이유는 두 가지다. 상업적 노출의 관용도를 넘었기 때문이고, 영화적 형식 자체가 설득력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기애애한 문답만 오갈 상황은 아니었다. 그리고 곽재용 감독 역시 ‘그런’ 분위기를 미리 파악하고 온 것처럼 보였다. 그는 먼저 이 인터뷰의 목적이 무엇인가 물었고, 어떤 형식으로 지면이 구성되는지를 물었다. “뭐라고 대답하든 미리 결론을 갖고 오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설명했다. 저널리즘은 한편의 영화가 완성될 때마다, 특히 ‘어떤 이유로든’ 논란이 되는 작품일수록, 감독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려 한다. 그러나 이번에 <여친소>에 관련한 감독 자신의 인터뷰는 어느 지면에서도 쉽게 발견하기가 힘들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대부분 이 영화가 지독한 혹평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스스로가 그 혹평들에 오해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해명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고, 또 반론도 가능한 자리이다. 하지만 기사의 형식은 문답 인터뷰로 나갈 것이므로, 솔직한 대화만 가능하다면 관객과 독자들의 판단에 따라 선고가 갈리는 정당한 지면이 될 것이다. 대답은 이러했다. “아니 뭐 감출 건 없다. 항변할 것도 없다. 솔직한 생각만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 어떤 특정한 의도를 갖고 얘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면서 “되도록 길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인터뷰를 찾아보기 힘들다. 제의가 없었던 것인가? 일부러 거부한 것인가.

개봉하고 나서 많이 바뻤다. 중국, 홍콩 왔다갔다 하느라 인터뷰할 시간이 없었다. 또 별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인터뷰 하나는 거절했다면 한 건데, 그쪽에서 어떻게 쓰겠다는 의도가 너무 분명해서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요즘 기자들하고 말해보면 결론을 미리 가져와서 자꾸 유도심문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 미리 가져온 결론이란 무엇인가.

이 영화가 굉장히 불순한 영화라는 거다. 자기들 생각과 내 생각을 비교함으로써 감독이 얼마나 틀렸는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 같은 거다. 영화 보고 나서 곽재용 얘기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씨네21>을 포함하여 저널에 반론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가.

너무 성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만드는 사람들의 어떤 성의가 있는 거다. 한번 흘려보고, 자기들의 기대치만을 갖고 판단한다. 너무 사적인 편견들을 많이 갖고 영화를 본다.

그 사적인 편견이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주변 상황이 있지 않나. 전지현이 등장하고, 정훈탁 대표(<여친소>는 전지현의 매니지먼트 소속사 싸이더스 HQ의 자회사인 아이필름의 창립작품이다-편집자)가 만든 영화이기도 하고. 영화를 순수하게 바라보기보다 이 영화에 있는 불순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그 면만을 자꾸 보려 하는 것 같다는 거다. 다른 영화들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 이 영화에 대해서는 그 조심스러움이 없다. 대놓고 물어뜯기는 느낌이다.

하지만 언론 시사 뒤 123분 버전에서 114분 버전으로 줄여 개봉했다. 그렇다면 그 불평들에 일정 정도 수긍한 것 아닌가.

그건 저널의 비평하고 상관없는 거다. 나는 어떤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니까, 저널에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예상 정도는 했었다. 문제는 시사회하기 전날까지 CG 작업을 했다. CG 때문에 무지 고생했다. 네거필름을 완벽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CG는 안 돼 있고, 날짜는 다가오고, 듀프 네거를 잘라서 네거에 새로 갖다붙이는 그런 작업을 했다. 원래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개인적으로 CG 부분은 창피하게 되어버렸다. 그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자른 거다. 그래서 홍콩과 한국 CG 버전이 또 다르다. 계속 수정을 했으니까. 정 대표도 한달만 늦게 개봉했어도 우리가 더 좋은 CG를 보여줄 수 있을 텐데 하는 말을 했다. 하지만 상업영화이다 보니까 개봉일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일본에서 다시 작업을 하면서 필름 버전이 엄청나게 많아진 거다.

국내 버전과 해외 버전의 러닝타임이 다른 이유는 단지 CG 때문인가.

그렇다.

국내 관객 정서와 해외 관객 정서를 다르게 판단했기 때문은 아닌가.

정서가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나는 해외, 국내 다르게 해본 적 없다. 홍콩쪽에서도 내게 자르려면 자르라고 했다. 기술적인 완성도를 보강하고 싶었을 뿐이다.

전반적으로 <여친소>에 대한 비판의 근거는 두 가지다. 상업적인 CF처럼 보인다는 것과 플롯없는 뮤직비디오처럼 보인다는 것. 하지만 저널이 텍스트에 대해 너무 질문을 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훈탁 대표가 원안을 제공했을 때의 상황을 듣고 싶다.

저널이 무성의하게 보인다는 점이 그거다. 정 대표에게 아이디어가 있었다는 거지, 하자고 한 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불순한 의도로만 본다는 거다. PPL이 너무 눈에 잘 띄고, 뮤직비디오처럼 만들었고 등등의 이유로 작품의 좋고 나쁨에 대해 편견을 갖는다. 정훈탁 대표가 전지현을 앞세워서 팔아먹기 위한 편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또 곽재용이 이용당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하지만 영화에 대해 말이 오갈 때부터 이미 ‘전지현을 위한 영화’라고 결정을 했었던 것처럼 보인다.

절대 그럴 수가 없다. ‘전지현을 위한’이라는 식으로 말이 도는데, 나는 시나리오 쓰면서 누구에게 한 번 터치받아본 적도 없고, 정훈탁 대표가 원안을 얘기할 때도 아주 단순하게 건넸을 뿐이다. 나는 시나리오 쓰면서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의 모습에 사람들이 어떤 향수를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윤발의 <영웅본색>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하는 그런 것처럼. 전지현을 전면에 내세울 의도는 없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전지현의 매력을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지, 전지현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시나리오를 쓴 건 아니다. 결과적으로 너무 전면에 나와서 문제가 되긴 했지만.

우리가 너무 순진했던 게 문제였던 것 같다. 어제도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상관이 없다고 본다. 내가 만드는 영화의 연장선상이니까. 하지만, 정훈탁 대표는 첫 번째 영화인데 사람들에게 좀더 평범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생각들을 미리 우리가 못했던 거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배우 전지현’과 ‘그녀’는 잘 어울렸다. 그러나 <여친소>에서는 캐릭터 ‘경진’과 배우 전지현이 아니라 ‘CF 모델 전지현’ 사이의 연관관계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게 바로 PPL에서 생긴 문제인 것 같다. 전지현이 CF에서 많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크게 차별화되어 있지는 않다. 우리가 지금 반성하는 점이 그 점이다. 그걸 생각 못했다. <클래식>을 할 때만 해도 PPL이 안 됐다. 영화 제작비가 부족해서 PPL을 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안 됐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쉬웠다. 마케팅팀에서 PPL을 따오는 데 제일 편한 곳이 전지현이 출연한 상품들이었다. 40억원이 넘는 시나리오를 썼고, 제작비도 모자란 상황에서 영화 제작에 충분한 도움이 되겠다 정도만 생각한 거다. 제일 큰 데가 VK휴대폰하고, 엘라스틴하고, 비요뜨, 라네즈 같은 거였는데 이왕 휴대폰 필요한 장면 있으니까 그걸 쓴 거고, 엘라스틴은 원래 시나리오부터 명우 얼굴에 샴푸 바르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에 썼다. 콘티에까지도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엘라스틴 애드벌룬 같은 경우는 미술팀들이 너무 바빠서 그쪽 회사에서 제작해준 것으로 썼고, 로고가 너무 안 보인다고 해서 다시 크게 쓰면서 그렇게 됐는데, 그 정도까지 영화의 판타지를 깰지는 몰랐다. 동남아쪽에 잘 팔리는 상품을 골라서 PPL 했다는 말도 들리는데 그건 아니다. 한마디로 전지현의 이미지를 팔아먹겠다는 의도는 없었다.

콘티가 바뀐 부분이 없다는 말인가.

콘티 바꾼 장면 거의 없다. 애드벌룬도 원래 콘티에 있던 거고, 거기에 로고만 들어간 거다. 아, 그거 하나, 비요뜨 먹는 장면. 원래는 둘이 식사하는 거였는데 전지현이 비요뜨를 먹는 걸로 바꿨다. 어느 정도 노출되느냐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데 나는 원래 전지현이 먹는 건 원치 않았고, 형사가 먹는 장면만 원했다. 형사가 원래 먹는 건 햄버거였다. 그런데 그게 제작비에 얼마 도움이 안 되는 액수였다. 그럼 하나마나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제작비도 부족한 입장에서 그냥 쓰게 된 거다. 그 상품이 나오고 홍보효과로 사용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된 거지, 개봉 직전까지도 그런 게 있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어떤 소도구가 사용되느냐, 후경에 무엇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카메라의 포지셔닝도 달라져야 할 테고, 인물들의 상황도 바뀔 수밖에 없지 않은가? PPL 때문에 연출의 고충이 생길 것이고, 텍스트에 변화가 생기지 않았겠나.

그런 장면이 있긴 하다. 라네즈 현수막 같은 경우도 원래 장소가 따로 있었다. 좁은 벽 틈으로 멀리 보이는 라네즈의 큰 눈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 장소가 없어졌다. 그럼으로써 전체가 다 보이게 됐다. 라네즈도 그 당시에는 이나영이 모델이었지 전지현이 하는 건 아니었다. 핑계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쳐다보는 듯한 눈이 더 중요했던 건데, 상품이 더 중요하게 돼버린 거다.

지금의 상황에서 PPL 제안을 좀더 거절했어야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

지금으로서는 그렇지만, 당시에는 아니었다. 특별히 클로즈업으로 따로 보여준 장면도 없지 않은가. 할리우드영화 <터미네이터>에서 하듯이 나이키 상표 보여주기 위해서 클로즈업 따로 찍는다거나 하는 그런 방식도 쓰지 않았다. 원래 애드벌룬에도 뒤에 ‘엘라스틴 하세요’ 하는 현수막 같은 것까지 있었다. 그런데 거절했다. 그외에도 거절한 건 많다. 하지만 전지현이 비요뜨 들고 먹는 장면은 지금 봐도 거슬린다. 아마도,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간다면 주인공이 전지현이기 때문에 PPL에 대해 더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영화에서는 PPL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가.

PPL로 제작비 보태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지. (웃음) 영화의 순수성을 의심받는 빌미를 주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장르에 대한 규모도 완벽하게 조정할 수 있는 선에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차태현은 수동적이지만, 매력적이다. 그런데 <여친소>에서 장혁의 존재감은 너무 미비한 것 아닌가.

전지현을 너무 앞세우다 보니까 장혁이 전지현에 비해 너무 약한 것 아니냐 하는데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혁도 그걸 알고 있다. 명우는 살아 있는 사람 바람개비이다. 그래서 전지현을 둘러싸고 도는 거다. 360도 회전도 그런 의미이다. 명우의 존재감은 경진의 마음속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다.

해외에서 전액투자받고 해외 관객을 타깃으로 하는 이유 때문에 감독의 생각이 꺾인 부분이 있을 거라는 의심도 있을 것이다.

그 부분 역시 불순하게 보는 시선인데, 정 대표도, 지현이도, 프로듀서도 내가 상처를 가장 많이 받았을까 걱정한다. 이 영화를 나는 다른 영화보다 편하게 만들었다. 정훈탁 대표도 빌 콩도 이 영화의 촬영장에 딱 한번 왔었다. 단 한번도 터치해본 적 없다. 누구도 이렇게저렇게 해라 말한 적은 없다. 감독의 의도대로 갔던 영화다. 중국권을 의식 안 한 건 아니지만, 홍콩이나 중국 사람들이 초반 시나리오 과정에서 제시한 것들 중에서 골라 쓴 건 단 하나도 없다. PPL 부분을 떠나서 편견없이 영화를 봐주기만 하면, 그렇게 심하게 욕먹을 영화는 아니라고 보는데…. 내가 말하는 편견이란 그거다.

요즘 한류가 유행이다. <엽기적인 그녀>가 그 전초기지를 마련했고, <여친소>는 다시 거기에 불을 붙이고 있는 셈인데, 그런 점에서 <여친소>가 지닌 의의는.

꼭, 아시아영화라는 생각을 하면서 만든 것은 아니다. 홍콩에서 프리미어를 하면서도 이 영화가 아시아영화다, 하기보다는 한국영화라고 생각했으니까. 이번 영화를 외부에서 투자받아서 한국영화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 이 영화를 한국영화라고 봐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중국이나 일본시장은 큰 시장이지만, 중국, 일본 사람만을 위해서 만든 영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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