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서서히 비좁은 콘크리트길을 오른다.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녹원으로 둘러싸인 아름답고 고요한 낙산성당. 신학생들의 사제가 되기 위한 좌충우돌과 사랑을 그리는 <신부수업>에서 ‘신부’란 하지원에게는 신부(新婦)이며, 권상우에게는 신부(神父)이다. 매번 몸이 고단한 역할만 하다가 “이렇게 편한 줄 알았으면 진작 이런 캐릭터하는 건데”라고 너스레를 떠는 권상우가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품고 다닌 것은 <동갑내기 과외하기> 촬영 때부터다. 군 입대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말죽거리 잔혹사>의 콤비 김인권이 선달 역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도 호재였다. <내사랑 싸가지> 촬영 전부터 출연을 결심하고 ‘발리’에서 돌아온 히로인 하지원의 합류로 배우진은 준비완료. 사령관은 단편 <가화만사성>, <특집! 노래자랑>으로 널리 알려진 허인무 감독. 신학생 규식(권상우)과 선달(김인권)은 신부가 되는 서품식을 앞두고 있다. 말썽쟁이 선달 때문에 나쁜 소동에 휘말린 모범생 규식은 그 대가로 변두리 작은 성당에서 ‘영상강화훈련’을 받게 된다. 규식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성당으로 미국에서 한 여자가 돌아온다. 그녀는 바로 남 신부의 조카 봉희(하지원). 규식은 얼떨결에 봉희와 키스한다. 남 신부는 그에게 봉희가 세례를 받도록 하라는 ‘미션 임파서블’을 지시한다. 이러한 ‘믿음’의 줄다리기 속에 사랑이 싹튼다.
‘세례’보다는 ‘결례’에 익숙한 봉희에게 규식이 환심을 사기 위해 묵주와 성경을 선물하는 장면이다. 벌레 때문에 하지원이 잠깐 놀란다. 한적한 시골답게 종일 울어대는 닭에게 동시녹음 감독의 시선이 쏠린다. 가까운 미군기지에서 툭하면 날아다니는 비행기도 눈총받기는 매한가지. 콘티와 다른 설정으로 변경되는 바람에 생각보다 진행이 더뎌진다. 규식에게 ‘연애의 기초’를 지시하는 선달의 연기를 보고 봉희가 한마디 던진다. “인권 오빠, 향숙이 같아.” 꼼꼼히 디테일에 대해 언급하는 베테랑 촬영감독 김재호와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배우들. 무엇보다 그것을 신중히 듣고 포인트를 짚어내는 허인무 감독의 차분함이 신인답지 않다. 오후 촬영, 해가 떨어지려는 기미가 보이자 스탭, 배우 한층 부산하게 움직인다. 낮 촬영분이 70∼80%를 차지하는 촬영 특성을 감안하면 해질녘이 제일 바쁜 시간인 건 당연하다. 조금씩 모여드는 구경꾼들 소리에 촬영을 마무리해야 하는 스탭들의 긴장감도 더해간다.
사제의 상징이자 22개의 단추가 달린 검은 ‘수단’을 입은 모범 신학생 권상우와 ‘올챙이 댄스’로 예의 발랄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말괄량이 하지원의 사랑 이야기는 순항 중이다. 막 50%의 촬영을 넘긴 <신부수업>은 6월15일 크랭크업, 8월6일 개봉예정이다.
사진 이혜정·글 김수경
△ 아이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올챙이 댄스’를 선보이는 봉희(하지원)와 김 수녀(김선화). (왼쪽 사진) △ 성당 텃밭에서 연애선배이자 날라리 신학생 선달(김인권)에게 교육받는 진지한 규식(권상우). (오른쪽 사진)
△ “반응이 너무 빨랐어요. 반 박자 늦게 가야지.” 타이밍을 지적하는 김재호 촬영감독. (왼쪽 사진) △ 김 수녀 역을 맡은 아내를 응원하러 온 박재동 화백, 스탭과 배우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서 선물하는 중. (오른쪽 사진)
△ 조용하지만 빠르게 현장을 조율하는 신인감독 허인무.(왼쪽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