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용소동에 자리잡은 남초등학교 삼거리분교에는 학생들의 노랫소리가 없다. 대신 귀신과 조폭과 이상해진 마을 사람들이 소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28일 폐교된 분교에서 촬영 중인 <시실리 2km>(제작 한맥영화, 감독 신정원)의 현장 풍경이다. ‘시실리’라 불리는 시골의 외진 마을. 조직의 다이아몬드를 빼돌린 석태(권오중)가 어느 날 여기에 흘러들어온다. 화장실에서 졸도한 석태를 발견한 마을 사람들은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는 몰래 묻으려 한다. 그때 석태를 쫓아 시실리에 양이(임창정)가 들어온다. 이제 석태가 숨긴 다이아몬드를 두고 마을 사람들과 양이 사이의 한판 대결이 벌어진다. 한편, 죽었지만 아직도 이승을 떠돌고 있는 처녀 귀신 송이(임은경)는 서울에서 온 양이에게 마음을 뺏기게 된다. 신정원 감독은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이라는 뜻에서 이 마을을 시실리(時失里)라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이날의 공개촬영은 야외와 실내에서 한 장면씩 진행됐다. 푸른 산을 뒷배경으로 색색의 빨래를 널고 있는 임은경. 귀신 송이가 죽기 전 자신의 생활을 양이에게 보여주는 플래시백 장면이다. 야외신이 끝나고 분교 내부로 자리를 옮긴 카메라와 배우들.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몽롱함과 공포감으로 어두운 복도를 걷던 양이는 둘러앉아 피흐르는 고깃덩이를 나눠 먹는 마을 사람들과 마주친다. 그리고 등뒤에서는 귀신 송이가 등장! 양이 역의 임창정은 소리도 질러보고, 폭삭 까무러치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설정을 제시해본다. 여기에 덧붙여 이날의 압권은 시실리의 지도자 역을 맡고 있는 변희봉의 연기. 비리한 냄새에도 끄떡없이 컬컬한 목소리로 “칼만 갖고와. 우리가 다 알아서 할게. 칼 문댈 것도 가져와야지!”라며, 커다란 고깃덩이를 들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한 덩이씩 나눠주는 연기를 보여준다. 그리고는 다가서는 카메라에 대고 대사. 온 스탭의 웃음바다. <시실리 2km>는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공포와 웃음을 재치있게 담을 것을 표방하는 영화이다. 현재 60% 촬영했고, 올 여름 개봉예정이다. 순천=사진 손홍주·글 정한석
△ 마을 사람들이 모여 피흐르는 고기를 뜯어먹는 장면. 온 스탭의 웃음을 자아내는 변 노인(변희봉)의 표정과 대사가 압권이다. (왼쪽 사진) △ 영화 속 플래시백. 처녀 귀신 송이는 살아생전 자신의 모습을 양이(임창정)에게 보여준다. (가운데 사진) △ 신정원(왼쪽) 감독이 모니터를 보며 임은경(오른쪽)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
△ <시실리 2km>는 파나소닉의 HD카메라로 촬영 중이다. 촬영감독 오현재씨는 HD로 촬영하는 이 영화를 위해 일본에 워크숍까지 다녀왔다. “관용도나 콘트라스트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고, 렌즈에도 한계가 좀 있지만 편한 부분도 많다”고 설명한다. (왼쪽 사진) △ 빨래를 말리는 송이의 모습을 담는 스탭들. (오른쪽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