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붉은 피부, 긴 코트자락 밑에 감춘 꼬리, 이마에는 잘린 뿔을 가지고 있는 이 사내의 이름은 ‘헬보이’(Hellboy)다. 그는 실제로 지옥의 화염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과거와 관계없이, 현재는 어둠의 무리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속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딘가 불구인 듯한 애매한 영웅, ‘박쥐사나이’ ‘거미사나이’처럼 이름만 들어서는 선악구분이 쉽지 않은 영웅을 만나는 것은 이제는 익숙한 일이다. 그러나 <헬보이>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혹은 훨씬 더 노골적으로 그로테스크하며 그러하기에 더욱 매력적일 수 있다.
<헬보이>의 원작인 마이크 미뇰라의 동명만화는, <스파이더 맨> <엑스맨> 등을 낳은 마블코믹스처럼 대중적 인기를 끄는 출판사가 아닌, 어둡고 음습한 마이너적 취향을 내세우는 다크호스 코믹스에서 출판되었다. 그것은 <헬보이>가 이제는 흔해져버린, 그간의 할리우드의 비뚤어진 코믹북 영웅들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비슷하게 마이너적 감성을 지니고 있었던 만화를 영화화한 <스폰>이 원작의 팬들과 일반 관객 모두에게 외면당했음을 상기한다면 <헬보이>가 관객으로부터 원작을 뛰어넘는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는 중요한 지점이다. 나아가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엑스맨>의 성공을 <헬보이>가 뛰어넘는다면 앞으로 다양하고 흥미있는 캐릭터의 영웅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원작의 팬들은 일단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 듯하다. <미믹> <블레이드2> 등을 연출했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자신이 원작의 열렬한 팬으로서 이 영화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고, 원작자 역시 영화제작에 애정을 가지고 개입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름 블록버스터로 PG-13이라는 등급을 지켜야 할 경우, 그로테스크한 원작의 느낌이 얼마나 완벽히 재현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는 남는다.
오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