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고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살랐던 전태일의 죽음은 70년대 한국 노동운동의 뜨거운 불씨로 되살아났지만, 그에 관한 영화는 문민정부가 들어서고도 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것도 제작비를 국민주 모금 형식으로 조달하는 초유의 방식을 통해서야 간신히 제작이 이루어졌다. 이창동, 이효인, 허진호 등이 공동으로 작업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사회파 리얼리즘으로 분류되는 박광수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전반적으로는 호의적인 평가 속에 영화적 완성도에 관한 부분적인 이견들이 제기되는 등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작품성에 관한 평가가 일치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묵직한 주제를 의외로 담담하고 객관적인 화법으로 그려냄으로써 상업적인 측면에서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했던 이 작품이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민주화의 열망이 여전히 뜨겁게 남아 있던 젊은 관객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기대했던 것 이상의 상당한 흥행성과를 거둠으로써 뜻밖에 희망적인 결말을 맺었던 사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8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선보인 DVD는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조용히 출시되는 데 그쳤지만, 고급스럽게 제작된 디지팩 재킷은 이 작품에 대한 제작사의 특별한 관심을 짐작게 한다.
1.85:1 영상은 뜻밖에 비아나모픽으로 제작되어 다소 의아함을 준다. 색상이 선명하고 색농도도 높아 전반적인 톤은 깨끗하게 비쳐지지만, 작품 전체에 걸쳐 초점이 잘 맞지 않은 것처럼 윤곽선이 흐리게 뭉개져 해상도와 선명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밤이나 어두운 장면에서는 심하게 색이 뭉쳐, 다락방이나 실내장면과 흑백으로 처리된 과거장면에서는 해상도와 암부 표현력이 크게 떨어진다.
돌비디지털 2.0 스테레오로 수록된 사운드는 공간감이나 방향감의 표현은 다소 미흡하지만, 대사와 배경음들은 비교적 깨끗하게 전달된다.
서플먼트로는 본편 디스크에 감독의 오디오 코멘터리, 감독과 제작자 인터뷰, 극장용 예고편, 전태일 친필 일기와 약력, 포토 갤러리 등이, 서플먼트 디스크에는 <전태일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총 74분에 달하는 포괄적인 제작다큐멘터리가 각각 수록되어 있다.김태진
1995년 / 박광수 / 90분 / 1.85:1(비아나모픽) / DD 2.0, 한국어 / 한글, 영어, 일본어, 중국어 자막 / 시넥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