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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용 감독이 만난 <사토라레>의 모토히로 가즈유키 감독 [2]
사진 오계옥김의찬(영화평론가) 2003-12-05

곽 그런데 ‘사토라레’ 는 진짜로 있는 것인가요? 감독이 그러신 건 아닌지.

모토히로 하하하.

곽 영화 <사토라레>는 원작이 따로 있었나요?

모토히로 원작이 만화예요. 많이 알려진 원작은 아니었지요. 지금도 연재되고 있는 작품이지요. 만화 제목도 <사토라레>.

곽 <사토라레>는 전반부 영화 스케일이 크더라고요.

모토히로 일본 자위대가 촬영에 협력했어요. 그래서 스케일이 커졌죠. 홍보성으로 협력한 게 아닌가 싶어요. 영화 중간에 군대적 요소가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요. 자위대 문화가 영화에 반영되었고.

곽 <춤추는 대수사선>도 그렇고 <사토라레>도 그렇고 관료에 대한 풍자가 있는 거 같아요.

모토히로 딱딱한 조직을 비꼬고 풍자하는 걸 좋아해요. <춤추는 대수사선2>엔 그런 장면이 더 사실적으로 많이 나와요. <사토라레> 촬영 당시엔 촬영장 부근 마을 사람들이 협조를 많이 했어요. 엑스트라도 직접 해줬고. 그래서 편하게 찍었어요. 반면, 일본 정부와 관료들은 영화만들기에 협력을 잘 안 하는 편이죠.

곽 영화를 보면 무인도에 파이프 등이 설치되어 있는 장면이 있는데 무슨 의미죠?

모토히로 옛날부터 같은 장소에서 사토라레를 격리했다는 의미예요. 무인도에서의 우연한 만남이라는 설정이 마음에 걸렸지만 운명적 의미도 있었지요. 제 최근 영화인 <춤추는 대수사선2>에선 감독님이 <엽기적인 그녀>에서 UFO를 보여준 것처럼 이색적 발상을 많이 했어요. 감독님 영화에선 중간중간 관객이 스스로 생각해서 영화 내용을 짜맞춰야 하는 장면이 있죠? 저도 같은 시도를 했어요. 함정이랄까, 그런 시도를 했어요.

곽 하하. 궁금해지네요. <사토라레>를 보면 인물 내레이션과 대사가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관객이 인물심리를 엿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모토히로 한국에 와서 시사회에서 보니 영화 음향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쉬웠어요. 일본에서 만들 때는 음향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더 웅장했으면 좋았을 텐데.

-곽재용/ <클래식> 시사회 때 사운드 문제로 골치가 좀 아팠죠. 일본 유바리영화제에서 상영할 때 보니 기사가 미리 사운드 체크를 하더라고요. 여기저기 감독의 사운드 연출에 대해 확인도 하고. 좋은 경험이었죠. 한국의 경우 사운드가 일본 극장에 비해 특별히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본의 극장기사는 세세한 부분까지 체크를 해주니 아무래도 인상적이었어요.

모토히로 <엽기적인 그녀>는 일본의 다른 TV연출자에게도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최근 일본 한 공중파 방송에서 인기드라마가 있었는데 <엽기적인 그녀>의 영향을 받은 드라마, 그러니까 강한 캐릭터 여성을 내세운 드라마였어요. <엽기적인 그녀>에선 차태현의 리액션 연기가 좋았고 코미디가 뭔지 아는 배우 같았어요.

곽 똑똑해요. <엽기적인 그녀> 때도 그렇고 전 남자배우에겐 여자배우 연기에 대한 리액션을 늘 강조해요. 여배우의 감정 변화에 잘 반응하란 거지요. 그걸 잘 받아들이는 배우였지요.

모토히로 과장된 연기를 하는 것 같은데도 잘 어울렸어요.

곽 <사토라레>는 한국에서 곧 개봉하죠? 이번 영화도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감독이 사토라레라면 어떻겠어요?

모토히로 글쎄요. 죽을 거 같아요. 하하. 참을 수가 없겠지요.

곽재용 감독

곽 살다보면 말하지 않아도 성격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잖아요. 표정으로도 드러나고. 제가 그래요. 하하. 저도 다른 의미의 사토라레가 아닌가 싶고.

모토히로 감독이라는 직업이 그런 거 같아요. 사람얼굴만 봐도 그사람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죠. 직업의 특성상.

곽 일본은 영화개봉 때 극장 수를 많이 잡는 것 같아요.

모토히로 일본에선 길게, 조금씩 개봉관을 늘려가는 소규모 영화도 없지 않지요. 배급사들도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있어요. 이전엔 일년에 정해진 극장 스케줄을 엄수하고 원칙을 강요하는 극장이 많았죠. 지금은 달라지고 있어요. 일본에서 보면 한국영화는 현실적인 경쟁이 센 것 같아요. 관객이 없으면 극장에서 영화가 곧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데 현실적으로 영화인들에게 힘든 짐이 되겠죠.

곽 지금은 그래도 한국영화 만들기가 수월해지고 좋아졌어요.

모토히로 직접 보니 한국에선 평일 저녁에 관객이 영화를 많이 보더군요. 일본에선 그런 일이 별로 없어요. 부럽죠.

곽 이전엔 한국에서 영화제 강박증 같은 것이 있었죠. 영화제 수상작들만 부각되는 것 말이죠. 지금은 대중영화도 많이 만들고 관객 반응도 좋은 편이라 여러모로 상황이 발전한 것이죠. 일본에서는 대중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 예술영화 감독들에 비해 어려움이나 고충은 없나요? 비평적으로 냉대를 받는다든지.

모토히로 있죠. 일본 오락영화 숫자는 적어요. 예술영화쪽이 훨씬 많죠.

곽 한국에선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같은 수준에서 비교하는 흐름이 있어요. 상업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선 참 힘들어요.

모토히로 <클래식> 평가는 어땠나요?

곽 한국에선 평가가 별로 좋지 않았어요.

모토히로 네? 설마요.

곽 정말이에요. 별점도 달랑 둘인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도 평가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거라고 스스로 위로하지요.

모토히로 정말요? 놀랐어요. 전 개인적으로 감독님 영화를 기대하고 있어요. 감독님 영화는 관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면이 있어서 좋아요.

곽 제 영화는 영화를 공부한 사람들이 싫어하는 영화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전 히치콕 영화도 좋아하고 좋아하는 영화들은 많은데.

모토히로 감독님 영화를 보고 느낀 건 평소 영화보는 걸 즐기는 감독이다 싶었어요.

곽 저도 감독님의 <춤추는 대수사선>을 보고 다른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 같았어요.

모토히로 감독님 다음 작품 기대합니다!

곽 모토히로 감독님 영화도 잘되길 바랍니다. 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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