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게 끝은 아니었다. BR 우승과 상관없이 탈출에 성공한 슈야에게, 지옥보다 더했던 3년 전의 기억은 결코 떨쳐낼 수 없는 것이었다. 슈야뿐이었을까. 생피를 자아내는 BR법은 시민들의 반발을 점점 거세게 받고 마침내 수도 붕괴를 목적으로 테러가 발생한다. 이 테러의 성공으로 사회가 더욱 혼란스러워진 가운데 슈야는 반(反)BR조직 ‘와일드 세븐’을 이끄는 리더가 된다. 이제 정부는 테러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슈야를 없애고자 신세기 테러대책특별법, 일명 BR2를 발동한다.
후카사쿠 긴지의 <배틀로얄>이 내가 살기 위해서 나머지 모두를 죽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면 그의 아들 후카사쿠 겐타가 완성한 <배틀로얄2>는 두 집단의 대결구도를 명백하게 보여준다. 정부는 제한시간 3일 내에, 두명이 한조가 되어, 섬에 숨어 있는 슈야를 찾아내 죽이면 승리한다는 세 가지 룰을 제시하고, 시카노토리데 중학교 3학년 B반의 학생 42명을 BR2 참가학급으로 지명한다. 2인1조로 구성된 B반 학생들은 짝이 죽을 경우 자신의 것도 자동폭파하는 개목걸이를 살벌하게 두른 채 섬에 들어가고, 상대가 중학생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와일드 세븐은 어른들에 대한 적개심만으로 사나운 공격을 퍼붓는다.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배틀로얄2>를 기획하고 제작준비를 모두 마친 후카사쿠 긴지 감독은 크랭크인 직후 얼마 안 돼 골수암으로 사망했다. 그러므로 이 속편은 거의 후카사쿠 겐타 감독의 것이다. 어릴 때 집에 종종 들어오지 않는 아버지를 보며 영화감독이 어떤 직업인지 상상하곤 했다는 후카사쿠 겐타 감독은 이번 데뷔작에 그의 아버지가 말년에 그랬듯 희망으로 마지막 장면을 마무리한다. 게임규칙과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돌아온 <배틀로얄2>는 31억엔이라는 일본 흥행 성적표를 들고 내년 2월 중 국내 개봉한다. 박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