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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무비스트`를 통해 본 인터넷 속 영화지식

e-영화사전이 필요해

유독 올 한해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신드롬들이 많았다. 그중 당장 생각나는 것들만 꼽아봐도 ‘딸녀’, ‘10억 만들기’, ‘다모폐인’, ‘얼짱’, ‘외계어’, ‘자살 사이트’, ‘인터넷 소설’ 등 10여개는 쉽게 넘는다. 하지만 인터넷은 물론 전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신드롬은 단연 ‘지식 신드롬’이었다. 네이버와 엠파스가 경쟁적으로 특화해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불어닥친 지식 신드롬은, 이른바 지식폐인들을 양산해내면서 인터넷의 지형을 확 바꾸어버렸던 것이다. 현재 각종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는 각종 지식검색 서비스들은 매일 수만 개의 질문과 수만개의 답변을 DB 형태로 쌓아가면서, 더욱 확장일로에 있다. 그 때문에 무작정 웹페이지를 뒤져 제한된 정보를 찾는 것에 만족했던 시대는 가고, 네티즌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거대한 백과사전이 검색의 상당부분을 해결해주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나타났을 정도다.

그런 지식검색의 신드롬 와중에서 필자는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지난 초가을 어느 날, 쌓여가고 있는 지식DB에 혹 필자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지식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겨 무심코 필자의 이름으로 지식을 검색했던 것. 그 결과 중에는 가수 이승환이 자신의 예명으로 지어놓은 이름에 대한 것들이 다수 있었지만, 몇몇은 필자가 각종 매체에 쓴 글들을 답변으로 올려놓은 것들이어서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매트릭스의 액션장면은 어떻게 만드나요?’라는 질문에는 <매트릭스>의 SFX에 대해 썼던 꼭지가, ‘러시아의 마지막 황녀 아나스타샤에 대해 아시는 분!’이라는 질문에는 필자가 한 신문에 쓴 칼럼이 그리고 ‘삼합회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질문에는 필자가 이 코너에 쓴 ‘<러시아워2>로 보는 홍콩 범죄조직 삼합회’라는 코너가 답변으로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인터넷 어느 한 구석에 처박혀 다시 주목받기 어려울 수 있는 영화 정보들이, 무언가를 궁금해하는 네티즌과 그에 대한 답변을 위해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 네티즌을 만나 그렇게 새로운 생명을 얻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방위로 확장되고 있는 포털 사이트의 지식검색이 아닌, 영화라는 분야에 더욱 전문화된 지식검색 서비스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더욱 깊이있는 질문과 대답이 오가면서 이용자들 사이에 자연스러운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그러한 서비스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바로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것이 무비스트에서 지난 10월 중순에 서비스를 개시한 ‘닥터 무비스트’다. ‘영화에 대한 모든 지식이 모이는 곳’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걸고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한달이 넘어가고 있는 이 서비스는 영화를 좋아하는 네티즌들에게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닥터 무비스트의 테마지식 페이지.

<씨네21> 등 다른 영화 사이트들도 무비스트의 영화 지식 서비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하루 50여개 정도의 질문만이 새롭게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지식검색 서비스에 축적된 영화 관련 지식의 규모와는 아직 비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를 잘 아는 사이트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만큼 지식을 신작영화, 영화제목/내용, 영화인, 영화음악, 영화전문지식, 영화가십, 영화와 생활, 영화퀴즈, 기타 등 세부적인 분류로 나누어 정리하고, 조회수 베스트, 추천수 베스트, 닥터 무비스트 추천베스트 등을 통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은 분명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또한 적절하게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관련 이슈들을 골라 그게 관계된 지식들을 모아놓는 테마지식 코너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매트릭스3 레볼루션>의 신화의 비밀, 극장완정정복, 우리가 사랑하는 할리우드 스타들, 시사회에 대해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 등의 테마는 영화 팬들이라면 솔깃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앞으로 주목할 것은 이렇게 쌓여갈 영화 지식과 무비스트 자체가 축적한 각종 콘텐츠 그리고 커뮤니티 기능들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인가이다. 네이버나 엠파스가 검색의 영역을 뉴스, 이미지, 지식 그리고 심지어 쇼핑으로까지 확대하면서 이용자의 만족도 증대와 동시에 키워드 광고 등의 수익모델까지 확보할 수 있었던 성공 사례를 어떻게 재현해낼 것인가가 성공에 관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다 할 이용자 확대 방안 및 수익 모델이 없어 고민하고 있는 대부분의 다른 영화 관련 사이트들도 그 해답을 찾으려는 경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결과는 쉽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경쟁이 인터넷과 영화의 만남을 한 차원 높여놓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몇몇 영화 전문가들이 정보를 과점하고 그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위상을 구축하기는 시기의 종말을 고하는 것은 그 결과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간 초기부터 지금까지 8년 반 가까운 기간 동안, <씨네21> 독자여러분들에게 인터넷 속의 영화 정보를 찾아 전달해온 본 코너도 이제 그 사명을 다한 듯한 느낌이다. 비록 성격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이미 각종 지식검색을 비롯해 인터넷 여기저기에 본 코너가 창출해낼 수 있는 정보를 훨씬 뛰어넘는 정보들이 매일매일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긴 시간 동안 본 코너와 함께해주신 독자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아쉽지만 길었던 지난 여정을 여기서 끝낼까 한다. 이철민/인터넷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 <닥터 무비스트> : http://dr.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