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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시스트 | 윌리엄 프레드킨 인터뷰
2001-05-25

“미궁이 되길 원했다”

<엑소시스트>는 선과 악이라는 보편적인 개념을 암울하고도 사실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테크닉을

사용했나.

명암이 지속적으로 교차되도록 찍었다. 선과 악을 물질적으로 구현하도록 말이다. 나는 이 영화를 호러영화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고 호러영화로

여기지도 않았다. 나는 불가해한 것에 대한 사실적인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매우 강렬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어떤 테크닉을

요하지 않았다.

캐스팅은 어떻게 했나.

‘영화의 신’이 우리를 잘 도와주었다. 제이슨 밀러, 그는 이 영화가 첫 작품이었다. 린다 블레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엘렌 버스틴은 조연으로만

나왔지 사실상 이 영화가 본격적인 첫 영화였다. 막스 폰 시도는 유럽 관객에게 널리 알려진 배우였다. 리 제이 콥은 위대한 미국배우 중 한명이고.

나는 그들 중 몇몇은 미리 점찍어두고 찾아가 설득했다. 린다 블레어는 예외다. 그녀는 오디션을 열어서 1천명의 소녀들 가운데서 선발한 경우다.

12, 13살이 되는 소녀들 몇백명의 면접을 보고나서 어린 소녀와 영화를 찍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영화의 신’으로부터

린다 블레어라는 선물이 도착했다. 제이슨 밀러도 오디션으로 뽑았다. 그는 배우가 아니라 극작가였다. 가톨릭교회 내에서 3년간 사제수업을 받다가

그만둔 그의 이력 때문에 나는 그가 카라스 신부에 대한 이해를 지니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 역을 하고 싶어했던 몇몇의 유명배우들

대신 그의 손을 잡았다.

<엑소시스트> 컬렉터 에디션을 만들면서 당신은 어떤 것을 보강하고자 했나.

프린트는 볼썽사납게 구겨지고 쭈그러져 있었다. 대부분의 미국영화가 그렇듯. 하지만 나는 몇주에 걸친 노력 끝에 상태가 괜찮은 프린트 한벌을

찾아낼 수 있었다. 나는 그 프린트를 가지고 모든 프레임의 시간을 체크했다. 각각의 프레임의 색보정을 다시 해 오리지널 상태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필름에 묻은 먼지를 하나하나 다 털어냈다. 사운드트랙을 6트랙 스테레오로 다시 믹싱했고 누가 보든 새로 나온 영화처럼 보이게 만들어냈다.

그것은 고된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비디오, 레이저디스크, DVD를 복구할 수 있었다.

영화와 관련된 루머에 관해 얘기해보자. 촬영중 관계자가 죽거나 현장에 사고가 나는 일이 있었는데. 촬영세트에 신부를 불러 엑소시즘을 행하게

했다는 말도 있고.

그런 대부분의 루머가 완전히 거짓이라는 것을 확실히 밝혀야겠다. <엑소시스트>는 10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촬영된 영화다.

그것은 매우 긴 기간이다. 10개월 동안, 영화 안팎에 일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친척들까지 치면 누군가 죽는 일이 이보다 더 많이 있을 수 있다.

4주 만에 찍어버리는 영화라면 몰라도. 매일같이 사람들은 태어나고 죽는다. 촬영기간중에는 아기가 태어나는 일도 있었다. 아무도 언급을 안 했을

뿐이다. 엑소시즘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우리는 가톨릭 사제 2명을 자문으로 불렀고, 그들이 세트를 축성해준 일은 있었다. 엑소시즘을 한

것이 아니라 말이다. 스탭 중 많은 이들이 가톨릭 신자였기 때문에 행운이 있기를 기도해준 것뿐이었다. 내 생각에 그것은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엑소시스트>는 매우 사실적인 느낌을 준다. 다큐멘터리적이라고 할까.

내가 처음 한 작업은 다큐멘터리 작업들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극영화에 끌어오게 되었다. <엑소시스트>의 스타일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호러영화의 효과를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티프앵글’(steep angle)이나 ‘스냅 줌’(snap zoom)을 나는

쓰지 않았다. <엑소시스트>는 매우 설명하기 어려운 이야기이고, 나는 그것을 직설적으로 서술했다.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점들 중 하나는 미스터리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머린 신부가 발굴해내는 유물의 정체도 그렇고, 리건이

왜 악마에 씌었는지 하는 것도 그렇고, 많은 것들이 미궁 속에 있다.

그렇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들에 대답하기를 거부하겠다. 왜냐하면 나는 모르기 때문에. 왜 선한 사람들이 갑자기 돌변하여 사악해지는지

우리는 모르지 않는가. 아돌프 히틀러도 한때는 부모의 사랑을 받던 순수한 아기였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나? 1920년대 중반에서 1940년대

후반까지 독일에서 일어났던 일, 그것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악령에 씌운 것과 같은 일이다.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이 영화는 그런 물음을 다룬다.

촬영하기 전 배우들과 리허설을 많이 했나.

물론이다. 한달 혹은 더 이전부터 나는 리허설을 했고, 그래서 촬영 때에는 마치 연극을 하는 것 같았다. 웨스트 54번가의 작은 스테이크하우스가

리허설 장소였다. 우리는 리허설을 하며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고 이야기의 함축적 의미에 대해 토론했다.

린다 블레어도 리허설에 참가했나.

물론.

누가 린다의 악마 대사를 대신 했나.

린다는 촬영시 라이브로 악마의 대사를 발음했고, 뒤에 나는 그것을 메르세데스 매캠브리지의 목소리로 더빙했다. 린다는 모든 것을 그녀의 입술을

움직여 직접 말했다. 단지 악마의 목소리가 아니라 귀여운 소녀의 목소리였을 뿐이다. 메르세데스 매캠브리지는 독특한 목소리를 지닌 라디오 스타였다.

나는 어렸을 때 라디오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악마의 목소리로 남자의 목소리도, 여자의 목소리도 원치 않았다. 그 중간을 원했다.

그리고 그녀를 댈러스에서 찾아냈다.

영화를 만들면서 어린 소녀를 성인용 영화의 제물로 만든다는 우려는 없었는지.

없었다. 린다 블레어는 매우 영리했고 또 우리와 호흡을 함께했다. 처음 만났을 때 린다는 그저 한명의 학생이었다. 그녀는 승마 챔피언이었고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족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양친은 갈라섰지만 그들은 그녀를 함께 돌봤고 그녀도 부모 둘 다를 사랑했다. 다른

소녀들과 달리 그녀는 정말이지 어떤 완전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영화의 모든 끔찍한 것들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뭐랄까 그것을

하나의 놀이로 인식했다.

악마 분장을 하고서 놀이하는 린다를 찍었단 말인가.

그렇다. 사실 분장은 막스 폰 시도가 더 많이 했다. 그는 4시간이 걸렸고 린다는 3시간이 걸렸다. 그것도 하나의 놀이였다. 완전히 악마분장을

하고 있는 그녀가 난폭한 악마짓을 하고 있으면 나는 ‘컷’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카메라가 촬영을 중지하기 전, 그녀는 이미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하는 것이다. 스탭 중 누군가가 그녀에게 밀크셰이크를 건네고 그녀가 그것을 받아 빨아먹으며 웃고 있으면 그제야 카메라가 멈추곤 했다.

엽기적인 광경이다.

정말 그랬다. 흔히 보기 힘든 풍경이다. 촬영감독이었던 오웬 로이즈먼은 이런 모든 장면 뒤의 장면들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해두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것을 놀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영화 속에 진행되고 있는 것의 함축된 의미를 이해하기엔 어린 나이였지만. 그녀는 종교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고,

그래서 영화의 내용 때문에 시달리지 않았다.

당신은 왜 <엑소시스트>가 기념비적인 영화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훌륭한 스토리라는 점, 그리고 실화에 바탕한 영화라는 점 때문이다. 블래티가 소설화한 엑소시즘은 사실 1949년 메릴랜드의 실버 스프링에서

있었던 실제 상황에 바탕한 것이다. 블래티는 1949년의 사건에 매우 밀착하여 소설을 썼고 나는 그의 소설에 매우 밀착하여 영화를 만들었다.

또 하나의 요인은 캐스팅의 성공이다. 또 ‘정말 악의 힘이 있는 걸까, 이 세상에, 악의 힘이 체험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갔다. 우리는 모두 고민한다.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죽은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나? 신은 있는가? 악마는?’

이 영화는 이런 물음들과 씨름하는 영화다. 그리고 그 방식은 매우 사실적이고 그래서 믿을 수밖에 없도록 한다. 그것이 이렇게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가 공명을 남기는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최수임 기자 [email protected]

(위 인터뷰는 borders.com과 Mr.Showbiz의 인터뷰에서 발췌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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