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충북 음성 청결 고추축제.’ 커다란 현수막이 펄럭펄럭 걸려 있고, 야외에서는 제기 오래 차기 대회와 씨름이 벌어진다. 즐비하게 늘어선 천막 안에서는 동동주 한잔을 맛볼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지나가다 공기총도 쏴볼 수 있다. 한마디로 흥이 넘치는 마을 잔치가 열렸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제작 시선, 감독 배형준)는 실제로 매년 열리는 음성의 고추축제 현장 한켠에서 촬영 중이다. 체육관 안으로 들어서면 조감독의 급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학생들 말 안 들으면 쫓아낸다.” “할아버지 원래 거기 자리 아니잖아요.” 영화의 주인공 영주(김하늘)가 무대로 올라왔다치고, 카메라는 객석의 희철(강동원) 가족과 엑스트라들을 찍고 있다. “거 누구 며느리인지 똑똑하구만.” 겨우겨우 대사 좋은 할아버지 한분 구해 맡겼더니 그만, “거 누구 마누란지 똑똑하구만”으로 바뀐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이제 막 출소한 귀여운 여자 사기꾼이 우여곡절 끝에 시골 약사 희철의 집을 찾아와 가짜로 며느리 행세를 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다. 오늘 촬영분은 고추총각 장기자랑대회에 노래를 부르러 나온 희철, 그리고 그를 응원하는 영주와 가족들신이다. 영주 역의 김하늘은 빨간 깃의 드레스를 입고 나와 콧소리를 섞어가며 코러스를 넣고, 희철 역의 강동원은 우승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그 매운 고추를 다섯 테이크나 되풀이하면서 한 움큼씩 집어먹는다. 고추처녀 고추총각의 매운 사랑,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현재 40%가량 진행 중이며 11월 초 크랭크업하여 내년 1월 개봉예정이다.사진 오계옥·글 정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