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게가 있었다. 그 가게를 위해서 모인 모든 사람들은 상품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상품을 개발할 사람이나 상품을 판매할 사람, 가게를 홍보할 사람, 가게를 운영할 사람 등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이 본래 맡은 역할보다는 어떻게 팔 것인지에 대해서만 의논했다. 결국 그 가게는? 마케팅 총괄, 마케팅 책임, 마케팅 관리, 마케팅 진행, 홍보마케팅….
요즘 영화의 크레딧을 살펴보면 유독 마케팅이라 이름붙은 것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이름이야 붙이게 나름이지만 그 역할이나 성격이 어떻게 구분되는 것인지 직접 마케팅이라는 이름이 붙은 일만을 하고 있는 나조차도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가 애매하다.
영화가 산업으로 성장하고, 영화 외적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영화에서 마케팅이 차지하는 역할이 커지는 것은 필연적 현상이다. ‘영화산업’이다, ‘영화상품’이다라는 말로 영화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는 것처럼 영화라는 장르가 이제는 작품 개념의 순수예술로서뿐만 아니라 산업 분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야말로 무한한 마케팅의 가능성과 잠재력이 존재하며 그것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영화마케팅이란 무엇인가?
다른 여타 산업의 마케팅은 ‘고객이 원하는 바를 연구, 개발하여 거래를 촉진하는 창조적인 기능, 즉 상품의 질과 서비스의 판매를 조정, 이익을 위해 필요한 자질과 규모를 결정, 추진해가는 종합적인 노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것을 영화마케팅에 빗대어 좀더 쉽게 말하면, 기획단계부터 사후관리까지 시장과 소비자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연구하여 그 영화의 개봉뿐만 아니라 영화개봉 뒤 관리까지의 마케팅 전략과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관객이 영화의 정보를 접하게 되는 모든 것, 즉 홍보, 예고편, 광고, 프로모션, 이벤트 등 매우 사소한 부분까지 기획과 진행을 하는 것이 영화마케팅이다. 영화를 작품상으로 ‘잘 만드는 것’ 못지않게 상업적인 이윤을 위해 ‘잘 포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듯 마케팅이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한 작품 안에 ‘마케팅’ 작업을 수행하는 그룹이 늘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뭐든지 이름대로만 제 역할을 해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명색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름과 그 역할이 모호해지는 일은 지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 분야에 많은 사람이 공조해 좋은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모두가 한쪽으로만 몰려서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리는 것은 소모적이 아닐 수 없다. 영화에서 마케팅이라는 분야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차피 영화를 위한 한 부분이다.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걸로만 끝난다면 오죽 좋겠느냐만, 배는 침몰하고 사공끼리 다투는 혼란을 겪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채윤희/올 댓 시네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