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필림 탄생, 기업적 영화제작 불붙다
“배우·작가 전부 전속이었지”
1961년과 63년 두 차례 고시와 법령을 통해 이루어진 영화사 통폐합 과정에서 등록 요건에 미치지 못한 군소 프로덕션들은 사라졌고, ‘신상옥프로덕션’은 ‘주식회사 신필림’으로 전환했다. 이처럼 1960년대 기업적인 영화사의 등장은 군사정부의 영화정책과 연관이 깊다. 그러나 <성춘향>의 성공이 ‘잘 만들어진 국산영화’의 시장 장악력을 입증한 한편, 투기성 자본이 성행하던 조건은 영화인들에게도 합리적인 체계와 질서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그것이 정부가 강행한 구조조정의 결과이든 아니든, 대형영화사 신필림의 등장은 새로운 영화 제작 패턴을 보여주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때 아마 영화사가 100여개 있었나? 영화가 된다, 하니까 모두 다 영화한다고 나섰으니까. ‘독립푸로’의 그 부작용으로 불미스런 사건이 많이 일어났다. 영화라는 게 갬블이니까, 영화 맨들지 않고 도망간다든가 이런 것도 있고, 망하면 도망가고 없어지고. 이래선 안 되갔다, 정비해야 되갔다 생각한 게 군사정권이다. 그래서 영화사 정비도 했고. 그러나 근시안적인 정책이라고 봐야지. 앞서도 얘기했지만 영화가 시설로 되는 건 아니니까.
정비하고 나서는 영화사가 16갠가 몇갠가 남았는데, 그것도 모순인 게, 한날 한시에 조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이 많았다. 기계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할 수도 있고, 창고만 빌리면 다 이백평 스타디오가 됐다. 이백평이라는 게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방음이 되든지 안 되든지 촬영 못할 데도 아무 기준없이 덮어놓고 이백평만 되면 됐으니까. 완전히 시행착오지.
신필림 사무실은 그때 서울의 동명빌딩, 동명빌딩이라는 게 지금 뭐 자릴까? 거기 있었고, 스타디오(원효로 스튜디오)는 동양제과 옛날 공장 자리. 철도까지 들어와 있는 커다란 창고였는데, 철도 양옆으로 동양제과하고 우리가 같이 있었다. 시설은 카메라가 한 여남은개. 왜 그런고 하니 동시녹음 카메라가 아니라 비싸지 않았으니까. 거기서 동시녹음은 힘들지, 기차 소리 때문에. 안양촬영소에서밖에 동시녹음 못했다. 또 줌렌즈가 한두개 있었는데, ‘나크’라고 주로 일본에서 맨든 걸 사다 썼다. 아마 <로맨스 그레이>부터가 줌렌즈 본격 사용일거야. 그전 한국영화는 줌렌즈가 없었지 아마.
<성춘향> 때 시네마스코프 하느라고 ‘울트라 스코프’라고 독일제 렌즈를 사다 썼고, 낮에 밤신 찍는 기술, 그건 <연산군>이 처음이다. 그때 기술적인 문제로 천연색을 어떻게 찍느냐 하는 문제가 많이 논의됐었다. 그러니까 낮에 밤신 찍는 기술이라든가. 대체로 낮에 밤장면 찍는 줄을 몰랐거든. 그때는 전체 라이트 비출 수가 없으니까 대략 일광을 이용해서 밤신처럼 찍었다. 그때 우리 주로 쓰던 게 코닥필름이니까 코닥필름의 적성에 맞는 특수한 기술들, 그런 걸 많이 이용했다. 이런 게 기술적으로 특이하다면 특이한 건데, 역시 회사가 있으니까 됐지, 개인이 하기는 참 힘들었을 것이다.
신필림이 기업이 돼가지고 영화를 양산했다 하는 것은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피라미트처럼 됐다고 봐야지. 예를 들어 영화 하나 나오기 위해서 찍기는 둘을 찍어야 되고, 둘 찍기 위해서 배우가 넷 있어야 되는 식으로 영화는 하나 나오는데 아래는 길게 쫙 퍼진다. 배우(스타급 배우) 하나에 시나리오라이터 하나씩 붙어야 되는 형편이니까. 도금봉도 그때 전속이고, 배우들 전부 전속이었는데, 그 사람들도 그 사람들 욕망이 있으니까 거기 맞춰서 찍어야 할 거 아냐?
배우뿐 아니고 시나리오라이터도 전부 전속이었다. 임희재, 김강윤, 곽일로, 이런 사람들. 임희재는 <사랑방>(<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쓰고, <성춘향>도 쓰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다. 김강윤이는 <상록수> 쓴 사람. 그 외에 이상현이라는 사람, 임춘희라는 친구, 또 <덕이>(텔레비전 드라마) 쓴 이희우, 주로 그런 사람들이 활동했다.
감독은 본인들이 작품을 가져오든가 아니면 우리가 지원하든가, 일종의 하청이지. 이만희 위시해서 이형표, 김수용, 뭐 어지간한 감독은 다 했다. 지금 감독협회 있는 임원식, 테레비의 대부처럼 있는 김수동이, 모두 그때 감독들이었다.대담 신상옥·이기림정리 이기림/ 영화사 연구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