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시 미츠코는 10년 전 발명한 첨단의료부품의 획기적 성공으로 회사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 과학자다. 그 영웅이 심각한 슬럼프에 빠졌다. 회사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연구에 몰두하던 인공지능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게 된 것. 구원의 실마리는 엉뚱한 데서 등장한다. 죽음의 전조로 여겨지는 또 다른 자아 ‘도플갱어’가 나타났다. 두려움에 떠는 하야시에게 도플갱어는 연구를 성공시켜주겠다며 주위를 맴돈다. ‘나는 이렇다’고 규정했던 자신과 상반된 자아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던 하야시는 결국 악마의 유혹이 될지도 모를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프로젝트는 완성되고, 하야시는 의외의 선택을 한다.
올 칸영화제 경쟁작에 <밝은 미래>를 내놓았던 구로사와 기요시는 결코 ‘밝은 미래’를 보여주지 않았다. 시스템처럼 굳어진 사회의 한계를 넘어서려 안간힘을 쓰는 젊은이들이 오히려 그 노력 때문에 낙오자가 되기도 하는 이상한 상황에 주목했다. ‘도플갱어’를 마주친 상황에서 기요시가 던진 질문은 “이게 비극인가 아니면 행운인가?” 하는 것이다. 그다지 낙관적일 것 같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직 자신이 자기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 시점에서 영화의 전체적 상황은 바뀌게 된다”는 것이 기요시의 답이다.
<도플갱어>는 기요시의 영화이자 배우 야쿠쇼 고지의 영화이기도 하다. 기요시는 “정확하고 정교하게 계산된 연기를 보여주어야만 했는데, 야쿠쇼 고지가 없었다면 이 영화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이성욱
연구를 완성하지 못해 심각한 슬럼프에 빠져 있는 하야사키에게 도플갱어는 연구를 완성시켜주겠다고 제안한다.(사진 왼쪽) 하야사키의 도플갱어를 처치한 세 사람.(사진 오른쪽)
유카는 동생의 도플갱어 때문에, 하야사키는 자신의 도플갱어 때문에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