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면 따라서 만들어지는 예고편.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관객에게 영화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그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예고편이다. 특히 영화에 대한 많은 정보 중에서도 예고편을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이 많아졌으니 확실한 마케팅 수단임이 틀림없다. 더구나 요즘에는 극장들이 멀티플렉스화 되다보니 예고편만도 200∼300개 정도의 프린트가 필요하다.
예고편은 관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 관객이 좋아할 만한 코드를 집약해서 만든다. 간혹 예고편만 보고 영화를 선택했다가 실패했다느니, 본영화와 너무 다르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극장에 가서 본영화가 상영되기 전에나 다른 영화들의 예고편을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볼 수 있고 휴대폰의 모바일 서비스로도 볼 수 있다. 영화에는 전체 관람가도 있고 18세 이상 관람가도 있다. 청소년용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특정 장면 하나 때문에 성인영화로 등급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그 장면을 포기하고 등급을 낮추기도 한다. 하지만 예고편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본영화의 심의보다 더 까다롭다.
예고편이란 한마디로 본영화의 하이라이트 버전이다보니 야한 영화는 좀더 야하게 공포영화는 더욱 무섭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영화의 인지도를 높이고 한명의 관객이라도 더 영화를 보러 오게 만들기 위해 한번이라도 더 예고편을 틀고 싶은 것이 극장이나 영화 관계자들의 심정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전에 어김없이 나오는 예고편.
말 그대로 예고없이 찾아오는 예고편 때문에 가끔 극장에서 벌어지는 안타까운 풍경이 있다. 특히 방학 시즌에는 아이들을 위한 영화나 가족영화가 많이 상영되어 아이들끼리 혹은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러 오기도 한다.
얼마 전 한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영화를 보러왔던 어린 아이들이 본영화 상영 전에 나온 공포영화 예고편 때문에 울면서 소란을 피워 부모들을 난감하게 했다고 한다. 또 어느 학부모는 야한 영화의 예고편 때문에 민망함을 감출 수 없어 영사실까지 찾아가 항의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극장에서야 심의까지 다 받은 예고편이니까 어떻게 상영해도 문제가 없겠지만 좀더 다양한 관객층을 헤아리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다수에만 신경 쓰고 나이에는 신경을 안 쓰다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예고편 보러 극장을 찾는 관객이야 없겠지만 좋든 싫든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되는 예고편.
일년 중 방학 시즌만이라도 아이들이랑 함께 맘놓고 스크린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배려가 절실하다. 다음 방학 때는 극장 관계자들의 세심한 마음 씀씀이를 기대해본다. 채윤희/ 올 댓 시네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