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이었다. 웅장한 스펙터클, 박진감 넘치는 속도, 흡입력까지. 편집도 군더더기 없고, 감초 같은 꼬마로봇 오즈의 말재간으로 관객은 시종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제작사 빅필름이 내세우던 기술력, 3D 영상은 어떤가. 위화감이 조금도 없었다면 과장이겠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기대 이상이었다. 표정과 액션 연기는 특히 볼 만하다.
<엘리시움>은 한마디로 무엇 하나 꼬집어낼 수 없을 정도로 ‘보통 이상’인 작품이었다(이게 얼마나 어려운가).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어딘지 부족한 2%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모든 것이 평균 이상인데도 어쩐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그러나 이런 느낌은 다른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다. <엘리시움>만의 고유한 느낌이 느껴지지 않아서, 단점을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특별한 장점도 느껴지지 않는다.”일본에서도 웬만한 한국영화는 모두 찾아보는 한국 영화광, <교토통신>의 소가베 게이 기자는 명쾌하게 말했다. 마침 한국에 체류 중인 이 사람을 시사회장으로 이끌면서 다소 긴장했던 것은, 자국의 애니메이션을 섭렵하며 자란데다가 한국 영화광인 그가 과연 우리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볼까, 하는 심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디선가 본 느낌, 이게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가까운 미래, 지구를 정복하려는 외계의 악당, 선택받은 전사들, 멋진 로봇, 그리고 사랑…. 2113년 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우리의 상상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미래를 너무 똑같이 상상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작품에 의해 고정화된 이미지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분명한 건 제작진이 장점으로 꼽는“누구에게나 친근하고 글로벌한 접근이 가능한” 점이 오히려 개성을 갉아먹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만들어만 놓으면 왜 비판일색인가. 어디 네가 한번 만들어봐라. 이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분들은 잠시 참으시라. 2% 부족하니까 실망스럽기만 하다는 말을 쓰려고 시작하지는 않았다. 다시 우리의 출발점을 돌아보자. 중요한 건 적어도 보통, 아니 그 이상까지 왔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오기에 얼마나 험난했나.
애니메이션 <엘리시움>에서 눈여겨봐야 할 시도. 먼저 그야말로 다양한 카메라워크와 연출이다. 제작진은 스토리를 구성한 뒤 장면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영상적 사고로 이야기와 장면을 구성했다고 한다. 이게 어떤 차이인지는 일단 보면 안다. 겁나게 종횡무진하는 카메라의 시선에 더위도 잊는다.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어서인지 등장인물과 배경이 철저히 미국적이라는 건 아쉽지만, 이들의 한국어 대사는 생생하고 유머러스하기 그지없다. 김장씨를 비롯한 성우들의 열연은 기대해도 좋다. 또 하나는 음악이다. 어쩐지 만만치 않은 카리스마다 했더니, 리키 마틴의 음악을 작곡한 세바스천 슈미츠, <장화, 홍련>의 오원철 음향 프로듀서 등이 스탭으로 참여했다. 최다비가 부른 메인 테마 <영혼의 약속>도 한참 뇌리에 남는다. 음향과 연출이 어우러지는 장면장면은 <엘리시움>의 성과다.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사람이 죽는 것 같은, 부조화 속의 조화가 <엘리시움>만의 시도는 아니었지만 영상과 사운드가 잘 녹아 있다.
지난한 제작과정을 견딘 <엘리시움>이 드디어 8월15일 개봉한다는 소식이다. 분명한 건 우리 애니메이션이 전진했다는 것이다. 왜 실사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굳이 3D로 표현하려고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미래를 향한 실험이자 시도이기 때문이다. <엘리시움>의 시도는 의미있는 것이었다. 이제 우리의 관건은 부족한 2%이다(www.elysium.co.kr).
김일림 / 애니메이션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