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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빛쟁이` <장화,홍련> 조명 오승철
이다혜 2003-06-25

<장화, 홍련>은 <샤이닝>이 그러했듯, ‘사건’보다 ‘공간’이 먼저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다. 수미와 수연의 ‘매우 큰’ 집은 악몽과 환상이 머물기에 딱 좋은 곳이다. 뒤늦은 반전보다 먼저 공포를 안겨주는 공간은 다채로운 빛과 색으로 시각적 포만감과 짙은 허기를 동시에 안겨준다. <장화, 홍련>은 확실히 김지운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풍성한 색을 자랑한다. 짙은 녹음이 병풍처럼 둘러싼 한적한 저수지 길을 달려 수미의 집에 도착하는 오프닝신을 보자. 차분한 올리브 색감은 이후로도 종종, 두 자매의 옷과 벽지, 싱크대, 옷장, 자잘한 소품에서도 튀어나오는데, 핏빛 이야기를 머금은 공간에 최소한 안정감을 주려는 의도와는 어쩐지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 전에 잠깐 등장하는 새하얀 정신병동, 새어머니의 화려한 보랏빛 방과 새빨간 부엌바닥, 속을 알 수 없는 아버지의 주황과 노랑이 혼재되어 있는 방도 별도의 기능이 있어 보인다. 그 기능이란 생뚱한 부조화, 폭력적인 공간의 이미지와 더불어 복잡한 인물의 내면을, 색으로 나타내려는 감독의 의도일 것이다.

크랭크인에 앞서, 김지운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미장센과 색감, 톤을 설명하기 위해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을 활용했다. 화보, 잡지 사진 등이 동원된 이미지 회의 결과, 올리브 그린이 주된 컬러로 결정됐고, 각 인물을 표현할 색깔도 정해졌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신경을 쓴 소품은 따라서 벽지였다. 만족할 만한 벽지의 재질을 찾기 위해 수십 가지 벽지가 시험에 쓰였고, 그중 빛과 융화가 잘되고, 난반사가 없는 고급 벽지가 채택됐다. 그 다음에 할 일은 조명에 필터를 입혀 원하는 색감을 더욱 고취시키는 일이었다. 기존의 촬영용 필터는 색의 깊이가 없다는 이유로, 동대문에서 천을 사와 조명기에 씌웠다. ‘빛쟁이’ 오승철 조명감독은 이미 <조용한 가족>에서 김 감독과 만난 적이 있는 사이였기에, 입봉작에 거는 기대만큼이나 감독의 의도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장화, 홍련>과 거의 같은 시기에 동일 장르의 영화 한편을 더 맡았다.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이 그것. 혹여 같은 분위기가 나지 않을까 걱정되고 우려됐더라는 그는 이제 <…여우계단> 막바지 촬영에 한창이다. <장화, 홍련>의 괜찮은 흥행성적을 만끽할 틈도 없이 현장으로 나서는 그의 어깨엔 빛쟁이로서의 자부심이 한껏 서려 있다.글 심지현 [email protected]·사진 정진환 [email protected]

프로필

→ <영원한 제국>으로 입문

→ <아찌아빠> <그들만의 세상> <> <돈을 갖고 튀어라> <나에게 오라>

<박봉곤 가출사건> <조용한 가족> <토요일 오후 2시> <송어> <질주> <신혼여행>

<섬> <리베라 메> <엽기적인 그녀> <복수는 나의 것> <울라라 씨스터즈> <장화, 홍련> 작업→ 현재는 <여우계단> 조명감독으로 촬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