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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현실을 바꿔보지 않으련?”
2001-05-11

아시아 씨네키드의 편지 1 - 크리스토퍼 워싱턴

크리스토퍼 워싱턴 [email protected]

1977년 방콕에서 출생

1998년 워크숍에서 단편영화 공부

1998년 현재 8mm 비디오영화 5편제작.노숙자에 관한 장편영화 기획중.

2001년 타이 ITV, MTV에서 프로듀서로 활동.

안녕, 한국의 친구들. 난 크리스토퍼 워싱턴이라고 해. 하지만 내 친구들은 나를 그냥 ‘펠레’라고 불러. 타이에서 친구 사이에선 이름보다는

별명을 부르는 게 일반적이거든. 아, 내 이름이 왠지 타이사람 같지 않다고? 사실 우리 아빤 미국인이야.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타이가 좋아서

그냥 눌러앉으셨대. 그리곤 우리 엄마를 만났고. 내 별명이 ‘펠레’인 것도 따지고보면 그러한 사정 때문이지. 초등학교 시절에 내가 ‘한 축구’

했걸랑. 근데 아이들이 거무스름한 피부색의 축구 선수는 브라질의 펠레밖에 몰랐기 때문에 나를 그렇게 불렀어.

내 사진들 봤나? 보다시피 난 즐거운 사람이야. 말하는 것도 좋아하고 남을 웃기는 것도 즐기고. 그럼 나를 본격적으로 소개해볼까. 나는 단편영화

감독이자 TV 방송사에서 프로듀서로 일해. 영화는 지금까지 5편을 만들었어. 모두 8mm 비디오카메라로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그 장비치곤 꽤

괜찮은 화면을 뽑아냈다고 얘기하더군. 하하, 내 자랑을 좀더 한다면 그중 <조류>(Tide)란 작품은 아시안필름페스티벌이란 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지. 비디오로 만든 영화가 말야. 나머지 영화를 얘기해주면, 우선 1998년에 워크숍 졸업작품인 <청소부>를 만들었어.

아 참, 난 방콕 플레이하우스라고 원래는 뮤지컬이나 연극을 만드는 극장에서 주최한 단편영화 워크숍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영화를 익혔어. 그건

그 플레이하우스의 청소부를 주인공으로 세웠던 영화인데 간단히 말해서 사회계층간의 문제를 다룬 거야. <조류>는 그 영화제의 단편

부문에서 주제로 내세운 ‘물’을 다룬 영환데, 5명의 각기 다른 사람을 내세워 물이 하늘로 올라가서 비가 되고, 비가 내리면 물이 넘치고,

또 증발되고 하는 물의 속성에 인생의 순환을 빗댄 작품이야. 그 다음엔 한국말로 표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데, 말하자면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의미의 제목을 단 영화를 만들었는데 1분40초 동안 거리를 찍은 거야. 네 번째 영화 는 일종의 해프닝 예술에

가까운 작품이었지. 그러니깐 배우 한명이 교통사고를 입은 것처럼 피 칠갑을 한 채로 거리에 엎어지는 거야. 그러면 사람들이 당황할 것 아냐.

그런데 진짜 황당한 것은 영화 찍으면서 보니까 아무도 그 배우를 부축하거나 도와주지 않는 것이었어. 이렇게 세상이라는 게 별로 살맛 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내 의도가 맞아떨어지긴 했지만. 쩝…. 아무튼 다섯 번째 영화는 <원 웨이 티켓>이라고 암흑세계의 인물들을 내세워

인간의 운명을 다루려 한 작품이야. 보스 역할로 나이 지긋한 아저씨를 기용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을 못 찾았기 때문에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아.

그리고 이라는 장편영화에선 조감독으로 일하기도 했고. 방송국에선 대학생 같은 신세대를 상대로 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 영화 한다는 놈이 웬 방송국이냐고? 아, 나도 먹고살아야 할 것 아니겠어.

내 꿈이라…. 계속 영화를 만든다는 것 이외에 뭘 더 바라겠어? 좀 심각하게 얘기하자면 내 생각은 이래. 어떤 사람은 영화 만드는 것을 직업으로

여기겠지만 내 생각에 영화는 삶 그 자체야. 인생 또한 예술이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 내 인생이었으면 좋겠어. 그럼 10년 뒤에는 뭘 할 거냐고?

지금까지 살아온 20하고도 몇년을 영화로 만들었던 것처럼 앞으로 10년 동안의 내 삶을 영화로 만들겠지 뭐. 아, 그런 거창한 얘기보다는 당장

할 일을 얘기해줄게. 우선 난 집없이 떠도는 노숙자들, 그러니깐 홈리스들에 관한 장편영화를 준비중이야. 지금은 시나리오를 쓰는 단계라 할 수

있지. 5명의 노숙자를 주인공으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밤마다 등을 기대곤 하는 공원에서 만나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이야기지. 각각의 캐릭터는

출신 배경도 다르고, 그 때문에 다양한 사건도 벌어지고, 그런 내용을 담을 거야. 그 얘기는 사실 우연히 구상하게 됐어. 너희 외국인들이 잘

묵곤 하는 카오산로드라는 길 있잖아. 그 주변에 보면 사남루엉이라는 공원이라고 있거든. 거기를 한밤중에 지나가보면 서성거리는 사람들이랑 벌렁

누워 있는 사람들을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어. 그 양반들이 바로 노숙자들이야. 난 요즘에 밤마다 그 양반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공원엘 가곤

해. 난 이 사람들을 한명씩 인터뷰해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어. 장편영화라고 했나, 내가? 무슨 돈으로 만들 거냐, 그게 질문이라고? 그래 그것

때문에 고민이야. 하지만 내 얼굴 보면 알잖아. ‘낙·천·적’ 이렇게 써 있잖아. 우선 필름은 그동안 영화 찍었던 주류 영화인들에게 손을 벌리고

다니려고 해. 우선 자투리 필름을 구해야겠지. 한 1만피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 배우들에게는 “좋은 일 하는 거니깐 돈 안 받고 할 수

없냐”고 설득 반 협박 반 할 생각이지. 스탭들에게도 마찬가지 이야기를 할 거야. 흥행할 것 같지 않다는 이야기엔 나도 동의해. 그러면 독일

같은 유럽쪽의 공익적 성격의 영화 자본을 알아봐야지

그것말고도 내 계획은 또 있는데, 하나는 이들 노숙자들을 돕는 캠페인을 벌이는 거야. 그냥 공상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건데 뭐냐, 요즘

방콕 시내에는 비싼 임대료 탓인지 빈 건물이 엄청나게 늘었어. 자, 그 빈 건물을 놀게 하느니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데리고 살면 좀 좋아?

그리고 또 하나의 프로젝트는 말레이시아와의 국경지대에서 벌어진 주민들의 가스관설치 반대 시위에 관한 다큐멘터리영화야.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얘기한다면, 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긴 하지만 그러한 문제점들을 너절하게 늘어놓는 것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싶어.

그런데 영화를 왜 좋아하게 됐냐… 이건가? 그것 참 어려운 질문이군. 사실 난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어. 거의 모든 영화를 좋아하니 뭐라고

딱 꼬집어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고. 사실 너희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영화를 좋아하게 됐니? 만약 그렇다면 내게 좀 가르쳐 줘. 아무튼

영화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고 책 읽는 것도 좋지. 그런 어려운 얘기는 그만 하자고.

어쨌건 아시아와 한국의 씨네키드들에게 이 말 한마디는 전하고 싶어. 우리는 자신이 꿈꾸는 이상을 현실로 변화시키려는 영화를 만드는 새로운 세대이며,

그러한 생각을 함께 나누고 더 넓은 곳으로 넓혀나가야 한다는 것 말이지. 그럼 여러분 안녕! 그리고 나 펠레에게 편지 많이 써주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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