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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우디네 극동아시아영화제

<무간도> <상그릴라>와 함께 <집으로…> 관객이 뽑은 최고의 영화에 선정돼

거대한 로마제국이 무너진 뒤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았던 이탈리아는 짧은 통일 역사가 말을 하듯 각각의 도시가 개성있는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베니스의 카니발, 시에나의 팔리오 등은 작은 고장의 전통 행사에서 어느새 주요한 관광자원이 돼 있다. 이탈리아 북쪽의 작은 도시 우디네, 도시의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 우디네도 그처럼 개성있는 문화를 만들어갔는데, 그것이 아시아영화제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영화, 그러나 볼 가치가 있는 영화를 관객에게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 우디네영화제가 이제 5회를 맞이했다. 관객에 의한 관객을 위한 영화제라는 취지에는 변함이 없지만, 영화제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아시아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로 커가고 있다.

트리에스테 공항에서 직선도로를 달려 도착한 우디네는 변함이 없고 조용한 도시인데, 이 도시를 흔든 것이 바로 사스(SARS)였다. 사스가 발생한 곳이 중국이고, 그 영향이 점차 커지자 영화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매우 부정적으로 변해갔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홍콩 등에서 감독과 배우들을 초청했다가 시민들과 정치인들의 격렬한 항의에 부딪혀 뒤늦게 사스 경보가 내린 모든 나라의 감독과 배우들의 초청을 취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올해 관객에게 선보인 작품은 최근 개봉작 52편, 감독 회고전 6편, 특별전 7편으로 모두 65편이었다. 그중 한국영화는 18편으로 가장 많았으며, 가장 많은 4명의 감독들이 초청돼 ‘한국영화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영화제는 예상보다 관객의 참여도가 매우 높아 내내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굳세어라 금순아>로 시작된 영화 퍼레이드는 코미디영화와 호러영화로 나뉘어 상영됐는데, 점심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아침 9시에 시작하여 새벽 2시에 끝나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누오보 극장은 관객으로 가득 찼으며 폭소와 흐느낌으로 시끄러웠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아시아 각국의 영화역사를 돌아본다는 취지에서 처음 시작된 특별전이다. 올해에는 한국영화가 특별전의 주인공이었는데, ‘The Golden Age of Korean Cinema’라는 제목으로 한국영화의 황금기인 60년대를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맨발의 청춘> <안개> <악의 계단> <월하의 공동 묘지> <하녀> 등의 고전 7편이 상영돼 이국의 관객에게 선보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와 동시에 ‘현 한국영화 돌아보기’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의 주제는 ‘한국 코미디’로 김상진, 윤제균, 모지은 감독이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이탈리아 영화평론가 피에르 마리아 보키는 “요즘의 한국 코미디는 장르가 뒤섞인 믹스 코미디인데, 이러한 장르 믹스가 한국영화의 특이한 점이고 이런한 장점은 한국영화가 해외에 어필할 수 있는 강한 무기”라고 평하였다. 한편 한국 영화시장에서 코미디영화 선호 현상으로 인한 불균형에 대한 질문에 김상진 감독은 한국의 예술영화들이 국제무대에서 환영받는 것을 예를 들며, 장르의 다양화를 위해서 코미디 등의 대중영화가 필요하다는 긍정론을 펼쳤다.

우디네영화제는 철저하게 관객의 영화제다. 레드카펫 위의 스타들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 관객에게 영화를 선정할 권한을 부여한다. 이러한 영화제 정신을 반영하는 올해의 관객투표에서는 홍콩의 <무간도>, 일본의 <상그릴라>, 그리고 한국의 <집으로…> 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우디네 아시아영화제에서는 해가 갈수록 아시아영화 DVD 커버를 가지고 다니면서 감독들에게 사인을 받는 영화마니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심상치 않은 관객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 영화제가 얻은 최고의 결실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브리나 바라체티 위원장희귀영화보다 관심있는 영화를

사스로 영화제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겠다.

영화 개막 3주 전에 뉴스를 통해서 전해졌는데, 시민들과 정치가들의 항의에 매우 힘이 들었다. 결국 초청장이 이미 나간 상태에서 중국, 홍콩 등 사스 위험 국가의 초청을 모두 취소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쪽에서 도움을 주었던 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영화제가 5회를 맞이하는데 어떤 변화가 있는 것 같나.

관객의 영화 보는 시선이 매우 달라졌다. 처음에는 막연한 호기심이었던 것이 지금은 큰 관심을 가지고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영화제가 이룬 가장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희귀영화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있는 영화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제도 달라져 가고 있다.

한국영화에 관심이 크다.

한국영화에는 좋은 감독들과 시나리오가 있는 것 같다. 장르영화의 발전이 있고…. 그런 것은 현 이탈리아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한마디로 한국영화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본다.

우디네영화제의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까지는 근래의 아시아영화를 소개하는 데 그쳤는데, 올해 처음 시도한 것처럼 아시아영화의 역사도 소개하고 싶다. 내년에는 일본영화를 거슬러올라가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물론 한국영화를 향한 관심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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