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aling Harvard, 2002년감독 브루스 매콜로출연 제이슨 리, 톰 그린, 레슬리 만 장르 코미디 (콜럼비아)
사람은 모름지기 말을 조심해야 한다. 조(제이슨 리)는 10년 전에 말 한마디를 잘못했다가 큰 곤경에 빠진다.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누이의 딸, 그러니까 조카인 노린의 아버지 역할을 했던 마음 착한 조는 단어 맞히기 시합에서 떨어져 낙심하는 노린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말을 한다. “너는 머리가 좋으니까 얼마든지 하버드도 갈 수 있다. 약속하마. 네가 하버드에 간다면 내가 학비를 모두 대주마.” 앨레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누이의 집에 찾아간 조는 난데없이 노린의 성장과정을 담은 비디오를 보게 된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걸 보는 건데?” “자, 이제 나온다.”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바로 그 약속의 말이다. 노린은 하버드에 진학했고, 드디어 그 약속을 책임질 때가 온 것이다. 그러나 조의 전 재산 3만달러는 앨레인과 신접살림을 꾸려갈 집 구입에 이미 들어갔다. 그렇다면 어떻게? 도박일까, 범죄일까 아니면 극진한 애원일까.
<스틸링 하버드>는 예기치 않은 상황 때문에 엉망진창의 소동이 벌어지는 코미디영화다. 제이슨 리는 <몰랫츠> <체이싱 아미> <도그마> 등 주로 케빈 스미스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경력을 쌓아왔다. 진지하면서도 약간 엉뚱한 연기로 인정받은 제이슨 리는 <스틸링 하버드>에서도 비슷한 인물을 연기한다. 연인의 아버지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조.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보다는 멍하니 바라보다가 뒤늦게 달려가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조의 옆에는 항상 더프(톰 그린)가 있다. 조경회사를 운영하는 더프는 한마디로, 사이코다. 더프가 해결책이라고 내세우는 게 고작 도둑질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고는 막상 인기척을 느끼자 망설임 없이 홀로 도망친다. 드루 배리모어의 약혼자였고, <로드 트립>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톰 그린은 ‘멍청이’ 역으로 한몫 보는 코미디언이다. <스틸링 하버드>에서도 톰 그린의 엽기적인 개인기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장인이 경영하는 회사에 들어갔다가 개와 수상쩍은 격전을 벌인다거나, 강화유리를 부수려고 벌이는 원맨쇼는 폭소를 자아낸다.
그러나 로저 에버트의 “진부한 소재를 다룬 느슨하고 절뚝거리는 코미디”라는 혹평처럼, <스틸링 하버드>는 균형이 잘 맞지 않는다. 제이슨 리와 톰 그린은 각자 두고보면 그럴듯한데, 함께 등장하면 오히려 분위기가 죽는다. 코미디영화는 원맨쇼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김봉석/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