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FBI 비밀요원 사샤(스티븐 시걸)는 거대 범죄조직에 잠입하기 위해 조직의 중견급인 닉(자 룰)에게 접근한다. 닉의 신뢰를 얻으면서 보스 소니에게도 인정받게 되지만, FBI와의 총격전에서 닉을 보호하다 치명상을 입는다. 거의 죽음 직전에서 살아난 그는, 새롭게 단장한 감옥 알카트라즈에서 닉과 재회한다. 2억달러 상당의 금괴를 숨긴 사형수 레스터의 형 집행 직전, 그를 노린 교도관 도니(모리스 체스트넛)와 무장 용병들이 감옥을 장악한다.
■ Review
<하프 패스트 데드>는 상영시간의 1/3 가까이 이후 시걸이 펼치게 될 액션의 이유, 혹은 목표가 뭔지 파악하기 힘든 영화다. 사샤가 거짓말 탐지기를 통과해 소니에게 ‘식구’로 인정받고, 닉과 함께 암거래에 나설 때까지만 해도 문제는 범죄조직과 위장 잠입한 FBI요원의 대결인 것만 같다. 사샤의 아내가 소니의 조직원들에게 우발적으로 살해됐다는 과거도 이같은 예측을 뒷받침한다. 그런데 닉 대신 총을 맞은 사샤의 심장이 멈췄다가
기사회생하는 것을 기점으로, 이야기의 박동도 뚝 끊겼다가 다시 뛴다. 생뚱맞게도 알카트라즈로 무대를 옮겨가면서, 영화는 ‘지난 줄거리’와 별 상관없는 국면으로 치닫는다.
사샤와 닉의 짝패 구도를 취하되, <하프 패스트 데드>는 <도니 브래스코>처럼 그들간의 긴장을 십분 활용하는 영화는 아니다. 비밀요원과 범죄조직의 싸움이라는 1차 예상에서 탈선한 뒤, 남미계 악당의 뉘앙스를 지닌 교도관이 일장 훈시를 늘어놓을 때는 잠시 <탈옥> <일급살인> 같은 감옥영화의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정작 갈등의 축을 이루고 이야기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갑작스러운 도니 일당의 등장이다. 이들은 금괴에 대한 정보를 캐내고 탈출하기 위해, 레스터와 인질들을 놓고 사샤를 비롯한 죄수 군단과 일전을 벌인다.
물론 어차피 시걸의 영화에서 볼 것은 따로 있다는 관객이라면, 갈등 구조가 몇 차례 혼선을 빚으면서 맥이 빠지는 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븐 시걸 영화’는 액션 영웅 시걸과 그의 눈빛, 무엇보다 할리우드에서 보기 드물게 직접적이고 육중한 액션으로 포장된 하나의 브랜드에 가까우니까. 그런데 시걸의, 시걸 영화의 장기였던 그 액션이 이 영화에서는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 자동차의 질주와 180도 회전이 맛빼기로 등장하고, 감옥 안에서 벌이는 대규모 총격전이 있긴 하지만, 시걸의 육탄 공세는 부족하다. 오히려 도니 일당 중 <매트릭스>의 여전사 같은 니아 피블스의 액션이 시원스러운 정도. 래퍼 DMX와 힙합 코드를 끌어들인 <엑시트 운즈>의 흥행을 감안한 듯 스타 래퍼 자 룰과 힙합 음악을 수혈했으나, 시종일관 귀를 울리는 리듬의 박력에 비해 힘이 부치는 액션이 아쉽다.황혜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