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 뉴튼 존의 히트곡 <Physical>(1981)의 비디오는 청순한 이미지의 컨트리 음악 요정이 남성을 자극하는 섹시한 뉴웨이브의 여신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모습을 효과적으로 담아냄으로써 MTV와 뮤직비디오의 시대가 탄생시킨 성공 신화의 상징이 될 수 있었다. 뮤직비디오란 매체를 통해 뮤지션의 외모가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가진 무기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위한 것은 물론이고, 대중의 관음적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그들 뇌리에 각인된 기존 이미지를 제거하고 변화상을 이식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것은 음악과 영상의 결합이 진화해온 과정과 그 방향성에 대한 알레고리인 동시에 프로모션 도구이자 마케팅 수단으로서 뮤직비디오의 전략적 배경으로 읽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새 앨범 <Stripped>(2002)를 통해 변신을 시도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에 대해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지적하는 비판이 일색인 최근 분위기는 대단히 흥미로운 것이다. ‘미키 마우스 클럽’ 출신의 어린이 스타였던 그녀는 열여덟 나이에 발표한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1999)을 통해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고 동년배 라이벌인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함께 틴에이저 팝 스타 열풍을 주도했지만, 새 앨범의 타이틀처럼 도발적인 육탄공세로 성년식을 치른 뒤 10대들에게 유해한 존재로 비난받고 있다.
그같은 반응은 새 앨범의 첫 싱글이었던 <Dirrty>의 영향이 상당한 게 분명하다. 섹스(심지어는 혼음까지)를 연상케 하는 노골적인 노래말과 ‘지나치게’ 자극적인 의상 및 안무로 뒤섞인 <Dirrty>의 비디오클립은 제목 그대로 ‘너저분하다’는 평을 들었고, <피플>은 그녀에게 ‘워스트 드레서’의 오명을 안겨주는 것으로 화답했다. 게다가 토플리스로 <롤링스톤> 표지에 등장해서는 자신의 ‘은밀한 부분’에 한 피어싱 얘기까지 떠벌린 일은 대중을 민망케 하기 충분한 것이기도 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최신 싱글 <Beautiful>의 비디오는 그간의 비판과 비아냥에 대한 결사적인 항변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자기애에 대한 확신을 독려하는 노래말을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포용의 시선으로 담아내고자 한 <Beautiful>의 영상은 <Dirrty>의 직설적 화법보다 오히려 더 불편하게 시청자의 심기를 자극한다.
동성애자와 복장도착자와 왜소증 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기준이 전적으로 성적인 면에 한정된 듯한 인상과 그렇게 규정된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반라의 속옷차림이거나 프렌치 키스를 하는 모습으로 화면을 오가는 것부터가 그렇다. 그것은 마치, 섹시함에 대한 태도의 당당함 때문에 자신이 마녀사냥 당하고 있다는 아길레라의 강변처럼 보인다. <What’s Up>으로 잘 알려진 록밴드 포 넌 블론즈의 리더였으며 그 자신이 동성애자이기도 한 린다 페리가 써낸 곡 자체의 원숙한 느낌은 지극적인 비주얼 이미지 속에서 실종될 지경이다.
그에 대해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최근 <ABC>의 유명 시사 프로그램 <20/20>과 가진 인터뷰에서 “섹슈얼리티는 퍼포머이자 엔터테이너로서 나를 규정하는 요소일 뿐”이라고 주장했다지만, 적어도 가창력에 관한 한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능가한다는 평을 받았던 그녀가 어째서 그처럼 급진적인 변신을 서둘렀는지에 대해서는 프로듀서 록 와일더와 린다 페리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유방확대수술에 관한 구설수로 곤욕을 치렀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새 앨범에서 <I’m Not a Girl, Not Yet A Woman>이라고 노래하며 수줍은 듯이 한발을 뺀 것을 상기하자면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선택은 센세이셔널리즘에 대한 자가당착처럼 보인다.
물론, 어느 정도가 뮤직비디오의 섹슈얼리티에 있어 적당한 선인지 얘기하긴 힘들지만 말이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