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마츠바라 요시미(구로키 히토미)는 딸 이쿠코와 함께 낡은 아파트로 이사온다. 이혼한 지 5년, 요시미는 딸의 양육권을 얻기 위해 법정소송 중이다. 이사온 날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천장의 검은 물 자국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이쿠코가 주워온 빨간색 가방은 버려도 버려도 다시 나타나고, 빨간 가방을 멘 소녀의 환영까지 보게 된다. 수돗물에서는 머리카락이 딸려나오고, 위층의 빈집에서 아이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한때 정신상담을 받았던 요시미는 자신이 너무 예민한 것이 아닌가 의심도 한다. 하지만 이쿠코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빨간 가방을 멘 소녀의 그림을 보고 그녀가 2년 전 실종된 가와이 미츠코임을 알게 된다. 요시미의 윗집인 495호에 살았던 소녀.
■ Review
이미 <링>에서 보여준 것처럼, 나카다 히데오는 충격요법에 의존하지 않는다. 자신이 말하듯 ‘일상에 묻혀 있던 공포를 극단으로 증폭’시키는 것이 특기다. 주인공의 캐릭터를 정교하게 구축하고, 일상적인 요소들에서 두려움의 근원을 끌어낸다. 평소에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바닥에 묻혀 있는 것을 알게 되면 돌변하는 일상의 공포.
<검은 물밑에서>의 공포도 일상에서 출발한다. 첫 장면은 어머니를 기다리는 유치원생인 요시미의 모습이다. 그녀의 모습은 이쿠코와, 그리고 가와이 미츠코와 계속해서 겹친다. 그들이 불안해했던 것, 원했던 것은 동일하다. 분리를 거부하는 그들의 공포는 공명한다. 그렇기에 요시미는 미츠코의 두려움과 분노를 이해하고, 결국 그녀를 품에 안는다. <링>과 마찬가지로, 나카다 히데오는 그 귀신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한다.
<링>과 <검은 물밑에서>의 원작자인 스즈키 고지는 물에 탐닉한다. 물은 모든 것의 근원이며, 무엇이든 전달해주는 존재다. 두려움과 사랑은 물 속에 함께 담겨 있다. <검은 물밑에서>는 물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연일 비가 내리고, 천장에는 물 자국이 선명하게 퍼져나간다. 퀴퀴하고 눅눅한 습기가 화면을 가득 메운다. <링>에서 레이코가 우물 속으로 들어갈 때의 그런 기분이다. 나카다 히데오는 낡은 아파트, 아이들이 장난치는 유치원, 포근한 가정 같은 일상의 풍경을 물 위에 뜬 것처럼 부유하게 만든다. ‘일상에서 흥미를 끄는 요소들로 초현실주의적인 일상 생활을 묘사함으로써 핵심 주제에 닿을 수 있었’다는 말처럼, 익숙하기 때문에 공포심은 점점 쌓여가다 클라이맥스에서 폭발한다. 집안과 아파트 가득 물이 넘쳐흐르고, 자신이 안은 아이의 정체를 의심하는 순간 두려움은 폭발한다. 나카다 히데오는 공포를 극한까지 밀어붙인 뒤, 사랑과 그리움으로 결말을 맺는다. 그것 또한 나카다 히데오의 특기다. <검은 물밑에서>는 나카다 히데오의 대표작으로도 손색이 없다.김봉석/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